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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세계 평화공원 구상에서 정작 빠진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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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11-01 09:12 조회2,4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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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세계 평화공원 구상에서 정작 빠진 것은…
[한반도 브리핑] 공원만 있고, 평화는 없다
비무장지대(DMZ)에 평화공원을 만들자. 누가 반대하겠는가? 환영한다. 그러나 이 구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이 난감하다. 강원도와 경기도는 이미 유치경쟁에 들어가 서로 언성을 높이고 있다. 해당 기초단체에서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가 열 차례 이상 비무장지대의 현장 실사에 나섰다는 소문도 있다. 국책연구기관들도 T/F 팀을 구성했다. 무언가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왜 평화공원을 만들려고 하는가?

문제의 핵심은 맥락이 없다는 점이다. 왜 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을 만들려 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5월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비무장지대'라는 표현을 썼다. 8.15 경축사에서도 평화와 협력이라는 추상적인 가치가 전부다. 구체성이 없다. 다른 많은 현안들이 적지 않은데, 왜 평화공원인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 현안이 새롭지도 않다.

남북관계에서 비무장지대 관련 구상은 오랜 역사가 있다. 1971년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유엔군 수석대표였던 로저스 소장은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를 위한 4개 항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비무장지대가 중무장지대로 변하면서, 애초의 비무장지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이었다. 분명한 맥락이 있다.

1982년 손재식 국토통일원 장관이 북한에 20개의 시범사업을 제안하면서, 비무장지대와 관련한 3개 항을 포함시켰다. 비무장지대 내 공동경기장 시설 건립을 통한 친선경기, 비무장지대 내 생태계 연구를 위한 공동학술조사, 비무장지대 내 군사시설 완전 철거다. 서울~평양 도로 연결, 설악산~금강산 자유 관광지대, 판문점을 통한 교류 등을 포함하면 그야말로 비무장지대 관련 제안이 7개나 된다. 전두환 정부는 당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선적으로 꼭 필요한 시범사업을 제시했고, 그중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은 유엔총회연설을 통해 DMZ안에 '평화시'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일종의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도시에 이산가족 상봉 면회소, 민족문화관, 학술교류센터, 상품교역장 등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남북교류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DMZ를 바로 교류협력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1992년에는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DMZ에 국제자연공원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환경 생태 공원의 보존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물론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는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DMZ의 평화적 이용방안을 실천하는 기간이었다. 철도와 도로 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통해 DMZ를 가로지르는 평화 회랑이 만들어졌다. 중무장지역으로 변한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라는 제안들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주장은 과거 정부와 어떻게 다른가? 과거 정부는 DMZ의 평화적 이용을 남북관계의 화해, 협력,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1982년 전두환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DMZ의 평화지대로의 전환의 목적은 분명하다. 맥락이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주장에는 왜 맥락이 없는가?

평화공원은 이미 존재한다

그리고 평화공원이라는 개념이 적합한지 모르겠다. 노태우 정부는 평화도시로 접근했고, 김대중 정부 이후에는 '다수의 평화 회랑'(예를 들어 서부, 중, 동부)으로 접근했다. 평화공원이라는 개념은 평화도시나 평화회랑보다 하위개념이다. DMZ 구상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굳이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을까?

평화공원 개념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평화공원이 500여 개 이상 존재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과거에 대한 기억과 성찰의 공간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히로시마(広島) 평화공원이나 나가사키(長崎) 평화공원이다. 원자폭탄의 위험성을 알리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와 평화정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공간이다. 독일이나 폴란드의 홀로코스트 관련 시설도 일종의 평화공원이다.

환경 생태를 보존하기 위해 국경을 초월한 협력의 공간도 있다. 그리고 DMZ처럼 분쟁지역의 접경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공간이 있다. 인도- 파키스탄의 대립의 현장인 시아첸 협곡에 국제기구가 개입하여 평화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키프러스의 남북을 가르는 비무장지대인 녹색지대(Green Line)에도 평화의 공간이 존재한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공동으로 산호초를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홍해 해양평화공원도 있다. 2007년 10.4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 해양평화공원도 마찬가지다.

접경지역에 평화공원을 만드는 목적은 분명하다. 교류의 장소이고, 평화의 상징이며, 협력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어떤 장소에, 어떤 건축물을 짓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미 DMZ에 평화공원이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성공단이 바로 평화공원이다. 영어로 Industrial Park이라고 공식 표기한다는 사실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금강산 역시 국제적인 차원에서 손색없는 평화공원이다. 그리고 남북한이 이미 합의한 서해해양평화공원이나, 궁예성 공동발굴 사업, 고성의 농업협력단지, 그리고 상태환경 지역까지 포함하면 다수의 평화공원이 가능하다. 이미 존재하는 평화공원을 방치해서도 안 되고, 무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공원만 있고, 평화는 어디에 있는가?

중요한 것은 공원이 아니라, 평화다. 평화공원은 평화전략의 산물이지, 그 반대는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평화라는 단어를 부활시킨 것을 환영한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 사라진 평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평가한다. 그러나 평화는 어디에 있는가? 평화정착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과 정책을 찾기 어렵다. 기표는 있는데, 기의는 어디로 갔는가? 평화공원을 왜 만드는지에 대한 맥락이 없다. 공원을 둘러싼 경쟁은 뜨거운데 평화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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