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0․4선언을 읽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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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4-11 09:44 조회962회 댓글0건본문
안전한 한반도에서 살고 싶은 분들에게 띄우는 편지
2011년 04월 11일 (월) 08:05:56 김진환 tongil@tongilnews.com
김진환 (건국대학교 HK연구교수)
일본 현지에서 겪은 두 차례 공포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을 덮치던 그 시간, 도쿄에 있었습니다. 한 호텔 지하 커피숍에서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몇 초간 작은 진동이 느껴지더니, 곧이어 함께 있던 재일 조선인들도 ‘평생 처음 겪었다’는 커다란 흔들림을 체험했습니다. 그 뒤 파란만장했던 ‘숙소 귀환기’는 생략하기로 하고, 다음날 일본의 한 지인 집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계속해볼까 합니다.
그분은 저를 본래 점심식사에 초대하셨지만 전날 대지진으로 집안 물건들이 제자리를 많이 벗어나 있다 보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시다면서 저녁식사로 약속을 바꾸셨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초대받은 집을 방문하자마자 저를 환영해 준 건, 바로 몇 시간 전에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는 TV속보 화면이었습니다.
숙소에서 밤새 여진과 사이렌 소리에 시달리며 TV로 본 쓰나미가 ‘지나간 공포’였다면, 방사선 피폭은 제게 이제 ‘다가올 공포’였습니다. 저를 초대한 지인은 저녁식사가 끝난 뒤에도 일본 정부가 폭발 전후 상황에 대해 상세히 발표하기 전까지는 숙소로 돌아가지 말 것을 권해주셨습니다.
이후 몇 시간 동안 제가 그 댁에서 한 일은,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뉴스에 눈과 귀를 고정한 채(타국에서 재난을 겪을 때 ‘외국어 능력’과 ‘생존 가능성’이 비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정에 상비되어 있다는 ‘피난용 배낭’의 물건들을 구경하며 일본 주민의 ‘일상적 공포’를 확인하고, 만약 방사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발표가 나온다면 이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함께 있던 분들과 ‘진지하게’ 상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다행히’ 서울에 있는 제 마음속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가득 합니다. 여러분 마음속은 어떠하신지요?
3월 초 일본에 가기 전까지 제 불안감의 원인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남북 대결상태였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살얼음판을 걷던 남북은 결국 ‘연평도 포격전’이라는 ‘국지전쟁’으로까지 나아갔고, 남측의 대북 심리전 시설을 조준 타격하겠다는 북측의 경고로 군사분계선(휴전선)에서의 국지전쟁 가능성도 높아지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한반도에서는 ‘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고, 설상가상 인간이 켤 수는 있지만 ‘끌 수 없는 불’(그동안 많은 이들이 원전을 이렇게 묘사해왔는데, 후쿠시마 원전을 식힐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뉴스를 듣다 보니 이 표현이 절절하게 와 닿습니다)마저 방사선을 곳곳으로 확산시키며 불안감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방사선 공포' 완화 해법도 10.4선언 속에
최근 인터넷에서 조세정의와 복지예산증대를 주장하는 ‘세금혁명당’이 당세를 확장하고 있다던데, 그 소식을 듣자마자 저는 ‘국민안전당’을 창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저와 여러분의 불안감을 없애는데 무기력해보이니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는 길이 빠르겠다 싶어서 해봤던 생각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강연 자료를 준비하다 2007년 10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을 다시 읽고 나서는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안전한 한반도로 가는 이정표’인 10.4선언 이행을 기존 정치세력에게 촉구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그동안 꼬박꼬박 세금 내며 정치인들을 먹여 살려줬는데,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의무’를 지키라고 압력은 넣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첫째, 10.4선언 3항과 4항에는 남북 사이의 ‘국지전쟁’을 막을 수 있는 지혜와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3항에서 남북은 “분쟁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하기로” 합의했고, 당시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분쟁문제’인 서해 무력충돌 해결을 위해서는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 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남북 사이의 가장 큰 ‘분쟁문제’인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전 역시 ‘또 다른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가는 게 바로 10.4선언을 이행하는 길입니다.
또한 4항에서는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약속한 정치인이라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목표가 아닐까요?
둘째, 10․4선언 5항을 잘만 이행한다면 방사선 공포 역시 ‘완화’(모든 나라가 원전을 포기하고 현재 쌓인 원전 폐기물들을 완벽히 제거해야만 방사선 공포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할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현재 원전 21기를 가동 중인 한국은 2030년까지 17~19기를 더 건설할 예정이며, 이 결과 2024년에는 단위면적(1㎢) 당 원전 설비용량 365㎾로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국가가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도 한국의 원전 확대 정책에는 중대한 변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화석연료 중에서 그나마 석유보다는 청정연료로 평가받는 천연가스 발전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9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해 2015년부터 30년 간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연간 750만t(2015년 기준 국내 연간소비량의 20%)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었습니다. 이후 남북관계 단절에 따라 합의이행이 지지부진했는데, 2010년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2017년부터 러시아가 한국에 매년 최소 100억㎥의 천연가스를 수출한다는 예비협정을 맺음으로써 남.북.러 자원협력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현재 한.러는 PNG(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 공급), LNG(액화천연가스) 해상운송, CNG(압축천연가스) 해상운송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공급방식을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이 때 남북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10.4선언 5항 정신으로 돌아가서 PNG 방식에 합의하고 이를 러시아에 관철시킨다면(2008년 한.러 정상회담 전에 러시아가 북한과 이미 PNG 방식을 합의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카타르, 오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LNG를 해상운송해오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천연가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에서 천연가스 비중은 10% 수준으로, 이미 30%를 넘어선 원자력에 비해 많이 낮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끌 수 없는 불’을 끌어안고 방사선 비를 맞을까봐, 피폭된 생선과 채소를 먹을까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원전 포기를 과감히 선언하고 당분간 가능한 ‘저렴하게’ 가스 발전을 해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나가는 게 좀 더 안전해지는 길이 아닐까요?
강연을 하러 어제 변산반도에 내려갔다 오늘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밤새 자욱했던 안개가 걷히고 맑게 갠 줄포 앞바다, 바다와 나란히 솟아 있는 정감 어린 산 등을 바라보며 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전쟁 걱정 없이, 방사선 피폭 걱정 없이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습니다.
‘남과 북의 모든’ 정치세력에게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10.4선언을 했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서 전쟁 없는 한반도, 원전 없는 한반도를 만들어주세요. 이 편지를 받은 분들도 정치세력에게 모두 한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살고 싶다!
김진환 (건국대 HK연구교수)
동국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 전에는 민주노동당 통일외교 정책연구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등으로 일해 왔다. 이 밖에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경실련 통일협회 같은 통일 관련 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북한위기론: 신화와 냉소를 넘어』(2010), 『민족과 통일』(2010, 공저), 『시련과 발돋움의 남북현대사』(2009, 공저), 『남북관계사』(2009, 공저),『조선로동당의 역사학』(2008, 공저), 『전환기 한미관계의 새판짜기 2』(2007, 공저) 등이 있다. 현재 월간『민족21』에 ‘김진환의 동북아시아 열국지’를 연재 중이다.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2011년 04월 11일 (월) 08:05:56 김진환 tongil@tongilnews.com
김진환 (건국대학교 HK연구교수)
일본 현지에서 겪은 두 차례 공포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을 덮치던 그 시간, 도쿄에 있었습니다. 한 호텔 지하 커피숍에서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몇 초간 작은 진동이 느껴지더니, 곧이어 함께 있던 재일 조선인들도 ‘평생 처음 겪었다’는 커다란 흔들림을 체험했습니다. 그 뒤 파란만장했던 ‘숙소 귀환기’는 생략하기로 하고, 다음날 일본의 한 지인 집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계속해볼까 합니다.
그분은 저를 본래 점심식사에 초대하셨지만 전날 대지진으로 집안 물건들이 제자리를 많이 벗어나 있다 보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시다면서 저녁식사로 약속을 바꾸셨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초대받은 집을 방문하자마자 저를 환영해 준 건, 바로 몇 시간 전에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는 TV속보 화면이었습니다.
숙소에서 밤새 여진과 사이렌 소리에 시달리며 TV로 본 쓰나미가 ‘지나간 공포’였다면, 방사선 피폭은 제게 이제 ‘다가올 공포’였습니다. 저를 초대한 지인은 저녁식사가 끝난 뒤에도 일본 정부가 폭발 전후 상황에 대해 상세히 발표하기 전까지는 숙소로 돌아가지 말 것을 권해주셨습니다.
이후 몇 시간 동안 제가 그 댁에서 한 일은,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뉴스에 눈과 귀를 고정한 채(타국에서 재난을 겪을 때 ‘외국어 능력’과 ‘생존 가능성’이 비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정에 상비되어 있다는 ‘피난용 배낭’의 물건들을 구경하며 일본 주민의 ‘일상적 공포’를 확인하고, 만약 방사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발표가 나온다면 이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함께 있던 분들과 ‘진지하게’ 상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다행히’ 서울에 있는 제 마음속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가득 합니다. 여러분 마음속은 어떠하신지요?
3월 초 일본에 가기 전까지 제 불안감의 원인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남북 대결상태였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살얼음판을 걷던 남북은 결국 ‘연평도 포격전’이라는 ‘국지전쟁’으로까지 나아갔고, 남측의 대북 심리전 시설을 조준 타격하겠다는 북측의 경고로 군사분계선(휴전선)에서의 국지전쟁 가능성도 높아지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한반도에서는 ‘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고, 설상가상 인간이 켤 수는 있지만 ‘끌 수 없는 불’(그동안 많은 이들이 원전을 이렇게 묘사해왔는데, 후쿠시마 원전을 식힐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뉴스를 듣다 보니 이 표현이 절절하게 와 닿습니다)마저 방사선을 곳곳으로 확산시키며 불안감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방사선 공포' 완화 해법도 10.4선언 속에
최근 인터넷에서 조세정의와 복지예산증대를 주장하는 ‘세금혁명당’이 당세를 확장하고 있다던데, 그 소식을 듣자마자 저는 ‘국민안전당’을 창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저와 여러분의 불안감을 없애는데 무기력해보이니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는 길이 빠르겠다 싶어서 해봤던 생각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강연 자료를 준비하다 2007년 10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을 다시 읽고 나서는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안전한 한반도로 가는 이정표’인 10.4선언 이행을 기존 정치세력에게 촉구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그동안 꼬박꼬박 세금 내며 정치인들을 먹여 살려줬는데,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의무’를 지키라고 압력은 넣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첫째, 10.4선언 3항과 4항에는 남북 사이의 ‘국지전쟁’을 막을 수 있는 지혜와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3항에서 남북은 “분쟁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하기로” 합의했고, 당시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분쟁문제’인 서해 무력충돌 해결을 위해서는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 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남북 사이의 가장 큰 ‘분쟁문제’인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전 역시 ‘또 다른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가는 게 바로 10.4선언을 이행하는 길입니다.
또한 4항에서는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약속한 정치인이라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목표가 아닐까요?
둘째, 10․4선언 5항을 잘만 이행한다면 방사선 공포 역시 ‘완화’(모든 나라가 원전을 포기하고 현재 쌓인 원전 폐기물들을 완벽히 제거해야만 방사선 공포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할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현재 원전 21기를 가동 중인 한국은 2030년까지 17~19기를 더 건설할 예정이며, 이 결과 2024년에는 단위면적(1㎢) 당 원전 설비용량 365㎾로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국가가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도 한국의 원전 확대 정책에는 중대한 변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화석연료 중에서 그나마 석유보다는 청정연료로 평가받는 천연가스 발전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9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해 2015년부터 30년 간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연간 750만t(2015년 기준 국내 연간소비량의 20%)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었습니다. 이후 남북관계 단절에 따라 합의이행이 지지부진했는데, 2010년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2017년부터 러시아가 한국에 매년 최소 100억㎥의 천연가스를 수출한다는 예비협정을 맺음으로써 남.북.러 자원협력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현재 한.러는 PNG(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 공급), LNG(액화천연가스) 해상운송, CNG(압축천연가스) 해상운송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공급방식을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이 때 남북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10.4선언 5항 정신으로 돌아가서 PNG 방식에 합의하고 이를 러시아에 관철시킨다면(2008년 한.러 정상회담 전에 러시아가 북한과 이미 PNG 방식을 합의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카타르, 오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LNG를 해상운송해오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천연가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에서 천연가스 비중은 10% 수준으로, 이미 30%를 넘어선 원자력에 비해 많이 낮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끌 수 없는 불’을 끌어안고 방사선 비를 맞을까봐, 피폭된 생선과 채소를 먹을까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원전 포기를 과감히 선언하고 당분간 가능한 ‘저렴하게’ 가스 발전을 해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나가는 게 좀 더 안전해지는 길이 아닐까요?
강연을 하러 어제 변산반도에 내려갔다 오늘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밤새 자욱했던 안개가 걷히고 맑게 갠 줄포 앞바다, 바다와 나란히 솟아 있는 정감 어린 산 등을 바라보며 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전쟁 걱정 없이, 방사선 피폭 걱정 없이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습니다.
‘남과 북의 모든’ 정치세력에게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10.4선언을 했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서 전쟁 없는 한반도, 원전 없는 한반도를 만들어주세요. 이 편지를 받은 분들도 정치세력에게 모두 한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살고 싶다!
김진환 (건국대 HK연구교수)
동국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 전에는 민주노동당 통일외교 정책연구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등으로 일해 왔다. 이 밖에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경실련 통일협회 같은 통일 관련 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북한위기론: 신화와 냉소를 넘어』(2010), 『민족과 통일』(2010, 공저), 『시련과 발돋움의 남북현대사』(2009, 공저), 『남북관계사』(2009, 공저),『조선로동당의 역사학』(2008, 공저), 『전환기 한미관계의 새판짜기 2』(2007, 공저) 등이 있다. 현재 월간『민족21』에 ‘김진환의 동북아시아 열국지’를 연재 중이다.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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