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위한 길은 남북협력 재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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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12-10 09:24 조회1,414회 댓글0건본문
“한반도 평화 위한 길은 남북협력 재개뿐이다”
‘DMZ평화상’ 수상한 요한 갈퉁
최원형 기자
방법 알면서도 안하는게 문제
“관계정상화-비핵화 맞바꿔야”
‘현대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려
남북한 오가며 실천방안 제시
연평도 포격 등으로 급속도로 냉각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평화학의 창시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몰라서 문제가 아니라 알면서도 이행하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올해의 ‘디엠제트(DMZ)평화상’ 수상을 위해 방한 중인 평화학자 요한 갈퉁 유럽평화대학 교수는 8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이 연 강연회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방안 및 세계 체제의 변화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노르웨이 출신인 갈퉁 교수는 29살 때 오슬로에 세계평화연구소를 세운 뒤, 평화학에 대해 60여권의 저술을 쏟아내는 등 현대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수십차례 남북을 오가며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들을 제시했고, 이런 공헌으로 DMZ평화상을 수상했다.
갈퉁 교수는 “연평도 포격은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사건이었다”며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은 그동안 추진됐던 남북 협력을 재개하고 북-미 사이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법으로는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와 비핵화를 동시에 교환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햇볕정책 등 남북이 공동의 이익을 찾아 협력했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져나오고 있는 ‘대화로선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식의 강경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그는 “현재 긴장이 크게 고조되어 있고 잘못된 점들도 있는데, 더욱 악화되지 않길 바란다”며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평화는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법은 그동안 너무 많이 되풀이해 말해왔다”는 갈퉁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세계체제의 흐름 등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길 요구했다. 그는 “전지구화와 지역주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가는 쇠락하고 민족이 부상하는 것이 현재 세계체제의 흐름”이라고 진단하고, “앞으로 미국 제국주의가 주도했던 자본주의 시스템 대신 중국식 시장사회주의(capi-communism)가 크게 퍼져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엇보다도 국경을 넘어 지역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후퇴하는 대신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들이 점차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은 지역에서 연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동아시아 지역을 기존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아세안(ASEAN)의 뒤를 이어 앞으로 부상할 지역으로 꼽았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남북한,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의 국가가 유교와 불교를 기반으로 삼아 연합 체제를 갖추리라고 봤다.
요한 갈퉁 "6자회담? 잊어버려라, 양자 대화만이 해법"
이화여대 강연서 "남북, 북미 대화만이 평화 가져와"
기사입력 2010-12-08 오후 4:15:08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자 '평화학의 창시자' 요한 갈퉁 유럽평화대학 교수는 8일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북한 문제와 관련, "양자간(bi-lateral) 대화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하며 6자회담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접으라고 충고했다.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이날 강연에서 한 질문자가 동북아 평화를 위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역할에 대해 묻자 갈퉁 교수는 "6자회담? 그건 잊어버리라(Forget about it)"며 "양자간 대화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갈퉁 교수는 '양자 대화'로 남북간 대화와 북미간 대화를 꼽으며 "(둘 모두에서)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북미 직접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며 갈퉁 교수는 "미국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게는 허용한 것(대화)을 북한에게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갈퉁 교수는 "카다피 원수는 핵 프로그램을 취소했고 리비아와 미국은 관계 정상화 과정에 있다"며 북미 간에도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불가침 협정, 평화 협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이런 것이) 하나의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자회담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중국을 제외한 당사국들은 이 회담에 별 기대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미국은 남북한의 통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북한이 몰락하기를 바랄 뿐이며, 일본 역시 통일에 공감(compassion)이 없고 다만 일본 극우파들이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6자회담에서 단 하나의 이익이 있다"며 "그것은 회담에 참여해서 나라 이름을 알리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즉 러시아가 회담을 통해 노리는 바는 "(국제 사회에 대해) '봐, 우리 중요하잖아'라고 말하려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 통일학연구원이 '한반도 평화의 근원적 모색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기획한 이 강연에서 갈퉁 교수는 세계 정세의 흐름과 새로운 변화에 주목하며 미국의 패권 쇠퇴와 국가 체제(state-system)의 약화 등을 변화의 주요 양상으로 지적했다.
"포격은 용납할 수 없지만…北 입장에서 南은 약속 안 지키는 나라"
갈퉁 교수는 통일 전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며 남한의 전향적 접근을 주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동독이 국가로 인정받기 전에는 (동서독간, 국제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국가로 인정받으면서 이런 문제는 없어졌다"며 "이는 서독 정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구 동독은 서독 정부의 반응에 따라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였고 전향적으로 접근했을 때는 문제가 잘 풀렸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 역시 그렇다"며 "지금 북한은 남한에 대해 신뢰를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 남한은 정부가 바뀌면 이전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관계정상화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그는 "관계정상화를 비핵화와 교환할 수 있는 방법은 이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물론 지금은 아주 끔찍한 상황이며 긴장 상태에 있다"며 이런 관계 진전이 당장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고 "이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강연 중 "연평도 포격 사건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unacceptable)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 참석자들을 돌아보며 "여기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북한에 다녀온 사람이 있습니까?" 하고 물은 뒤 "겨우 세 사람 뿐이라고? 여러분은 여러분의 나라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는 셈"이라며 "북한에 가본 것과 가보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남한 국민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남북한은 많은 유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중국에 대한 내용을 강연하던 중 "중국은 인내심도 있고 세련된(sophisticated) 국가지만 북한은 이런 덕목을 가지지 못했다"며 "거칠고 덜 세련된 이런 면은 남한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붕괴할 거라고? 그런 얘기는 60년 전부터 나왔다"
그는 동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 전체의 문제에서 중국이 가지는 중요성을 높게 보았다. 강연에서도 중국과 관련된 언급이 많았다.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언급하며 "중국의 독특한 경제체제인 '자본주의 베끼기 체제(copy-capitalism)' 또는 '공산-자본주의 체제(commu-capialism)'가 어느 정도까지는 불평등의 문제도 해결해 줄 것"이라며 "북한 역시 중국 식의 경제체제를 도입해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이 몰락할 거라는 일부의 견해에 대해 그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물론 중국에는 내부적인 문제가 있지만 큰 나라에는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며 그 정도의 문제는 미국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붕괴를 말하는 미국인들에게 '(중국이 붕괴한다면) 너희들의 나라도 붕괴할 수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 붕괴론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미국은 지난 60년간 북한이 몰락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정치인들이 북한에 대해 가장 먼저 말하는 것은 붕괴 가능성"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실제 예견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증오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중국은 북한을 공산주의 국가로 보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극단적으로 유교적인(super-Confucianism) 국가로 보고 있다"며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화를 원할 뿐 통일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즉 "분단에 대해서는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분단으로 인한 긴장에는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한미연합훈련을 매우 도발적이라고 본다"며 중국인들에게 한미연합훈련은 '중국 함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앞바다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세계적 변화의 10대 트렌드는…"
그는 강연에서 10가지의 주요 변화의 경향(trend)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라는 제국의 쇠퇴, △서유럽 국가의 영향력 약화, △중국, 인도 등 비서구 지역의 약진, △국가 체제의 쇠퇴와 지역 공동체의 강화, △풀뿌리 자치와 시민사회, 초국적 기업의 영향력 강화, △가부장제의 쇠퇴와 여성 영향력 증대, △전세계적인 고령화, △백인 인구비율의 감소, △불평등의 심화, △혁명적 접근의 증가 등이다.
특히 그는 국민국가가 쇠퇴하고 이를 유럽연합(EU)이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함(ASEAN)과 같은 지역 공동체가 그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할 것으로 보며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지역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경향을 언급하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을 보면 외교관들은 여전히 국민국가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국익을 위한 싸움이라는, 지금의 시대 흐름과는 맞지 않는 잘못된 문제(wrong game)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전문에 나타난 외교관들의 일반적 태도를 비판했다.
또 그는 지금의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는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금융자본에 지나친 거품(버블)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금융 버블' 다음 경제 이슈는 '달러 버블'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현재 달러는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고 미국의 패권 쇠퇴와 맞물려 달러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여러분이 지금 달러를 가지고 있다면 빨리 팔아라, 원한다면 수수료를 받고 내가 팔아 주겠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작성일자 : 2010년 12월 09일
‘DMZ평화상’ 수상한 요한 갈퉁
최원형 기자
방법 알면서도 안하는게 문제
“관계정상화-비핵화 맞바꿔야”
‘현대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려
남북한 오가며 실천방안 제시
연평도 포격 등으로 급속도로 냉각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평화학의 창시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몰라서 문제가 아니라 알면서도 이행하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올해의 ‘디엠제트(DMZ)평화상’ 수상을 위해 방한 중인 평화학자 요한 갈퉁 유럽평화대학 교수는 8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이 연 강연회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방안 및 세계 체제의 변화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노르웨이 출신인 갈퉁 교수는 29살 때 오슬로에 세계평화연구소를 세운 뒤, 평화학에 대해 60여권의 저술을 쏟아내는 등 현대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수십차례 남북을 오가며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들을 제시했고, 이런 공헌으로 DMZ평화상을 수상했다.
갈퉁 교수는 “연평도 포격은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사건이었다”며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은 그동안 추진됐던 남북 협력을 재개하고 북-미 사이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법으로는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와 비핵화를 동시에 교환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햇볕정책 등 남북이 공동의 이익을 찾아 협력했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져나오고 있는 ‘대화로선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식의 강경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그는 “현재 긴장이 크게 고조되어 있고 잘못된 점들도 있는데, 더욱 악화되지 않길 바란다”며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평화는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법은 그동안 너무 많이 되풀이해 말해왔다”는 갈퉁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세계체제의 흐름 등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길 요구했다. 그는 “전지구화와 지역주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가는 쇠락하고 민족이 부상하는 것이 현재 세계체제의 흐름”이라고 진단하고, “앞으로 미국 제국주의가 주도했던 자본주의 시스템 대신 중국식 시장사회주의(capi-communism)가 크게 퍼져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엇보다도 국경을 넘어 지역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후퇴하는 대신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들이 점차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은 지역에서 연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동아시아 지역을 기존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아세안(ASEAN)의 뒤를 이어 앞으로 부상할 지역으로 꼽았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남북한,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의 국가가 유교와 불교를 기반으로 삼아 연합 체제를 갖추리라고 봤다.
요한 갈퉁 "6자회담? 잊어버려라, 양자 대화만이 해법"
이화여대 강연서 "남북, 북미 대화만이 평화 가져와"
기사입력 2010-12-08 오후 4:15:08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자 '평화학의 창시자' 요한 갈퉁 유럽평화대학 교수는 8일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북한 문제와 관련, "양자간(bi-lateral) 대화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하며 6자회담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접으라고 충고했다.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이날 강연에서 한 질문자가 동북아 평화를 위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역할에 대해 묻자 갈퉁 교수는 "6자회담? 그건 잊어버리라(Forget about it)"며 "양자간 대화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갈퉁 교수는 '양자 대화'로 남북간 대화와 북미간 대화를 꼽으며 "(둘 모두에서)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북미 직접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며 갈퉁 교수는 "미국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게는 허용한 것(대화)을 북한에게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갈퉁 교수는 "카다피 원수는 핵 프로그램을 취소했고 리비아와 미국은 관계 정상화 과정에 있다"며 북미 간에도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불가침 협정, 평화 협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이런 것이) 하나의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자회담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중국을 제외한 당사국들은 이 회담에 별 기대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미국은 남북한의 통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북한이 몰락하기를 바랄 뿐이며, 일본 역시 통일에 공감(compassion)이 없고 다만 일본 극우파들이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6자회담에서 단 하나의 이익이 있다"며 "그것은 회담에 참여해서 나라 이름을 알리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즉 러시아가 회담을 통해 노리는 바는 "(국제 사회에 대해) '봐, 우리 중요하잖아'라고 말하려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 통일학연구원이 '한반도 평화의 근원적 모색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기획한 이 강연에서 갈퉁 교수는 세계 정세의 흐름과 새로운 변화에 주목하며 미국의 패권 쇠퇴와 국가 체제(state-system)의 약화 등을 변화의 주요 양상으로 지적했다.
"포격은 용납할 수 없지만…北 입장에서 南은 약속 안 지키는 나라"
갈퉁 교수는 통일 전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며 남한의 전향적 접근을 주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동독이 국가로 인정받기 전에는 (동서독간, 국제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국가로 인정받으면서 이런 문제는 없어졌다"며 "이는 서독 정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구 동독은 서독 정부의 반응에 따라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였고 전향적으로 접근했을 때는 문제가 잘 풀렸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 역시 그렇다"며 "지금 북한은 남한에 대해 신뢰를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 남한은 정부가 바뀌면 이전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관계정상화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그는 "관계정상화를 비핵화와 교환할 수 있는 방법은 이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물론 지금은 아주 끔찍한 상황이며 긴장 상태에 있다"며 이런 관계 진전이 당장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고 "이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강연 중 "연평도 포격 사건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unacceptable)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 참석자들을 돌아보며 "여기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북한에 다녀온 사람이 있습니까?" 하고 물은 뒤 "겨우 세 사람 뿐이라고? 여러분은 여러분의 나라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는 셈"이라며 "북한에 가본 것과 가보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남한 국민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남북한은 많은 유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중국에 대한 내용을 강연하던 중 "중국은 인내심도 있고 세련된(sophisticated) 국가지만 북한은 이런 덕목을 가지지 못했다"며 "거칠고 덜 세련된 이런 면은 남한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붕괴할 거라고? 그런 얘기는 60년 전부터 나왔다"
그는 동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 전체의 문제에서 중국이 가지는 중요성을 높게 보았다. 강연에서도 중국과 관련된 언급이 많았다.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언급하며 "중국의 독특한 경제체제인 '자본주의 베끼기 체제(copy-capitalism)' 또는 '공산-자본주의 체제(commu-capialism)'가 어느 정도까지는 불평등의 문제도 해결해 줄 것"이라며 "북한 역시 중국 식의 경제체제를 도입해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이 몰락할 거라는 일부의 견해에 대해 그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물론 중국에는 내부적인 문제가 있지만 큰 나라에는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며 그 정도의 문제는 미국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붕괴를 말하는 미국인들에게 '(중국이 붕괴한다면) 너희들의 나라도 붕괴할 수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 붕괴론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미국은 지난 60년간 북한이 몰락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정치인들이 북한에 대해 가장 먼저 말하는 것은 붕괴 가능성"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실제 예견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증오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중국은 북한을 공산주의 국가로 보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극단적으로 유교적인(super-Confucianism) 국가로 보고 있다"며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화를 원할 뿐 통일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즉 "분단에 대해서는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분단으로 인한 긴장에는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한미연합훈련을 매우 도발적이라고 본다"며 중국인들에게 한미연합훈련은 '중국 함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앞바다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세계적 변화의 10대 트렌드는…"
그는 강연에서 10가지의 주요 변화의 경향(trend)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라는 제국의 쇠퇴, △서유럽 국가의 영향력 약화, △중국, 인도 등 비서구 지역의 약진, △국가 체제의 쇠퇴와 지역 공동체의 강화, △풀뿌리 자치와 시민사회, 초국적 기업의 영향력 강화, △가부장제의 쇠퇴와 여성 영향력 증대, △전세계적인 고령화, △백인 인구비율의 감소, △불평등의 심화, △혁명적 접근의 증가 등이다.
특히 그는 국민국가가 쇠퇴하고 이를 유럽연합(EU)이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함(ASEAN)과 같은 지역 공동체가 그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할 것으로 보며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지역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경향을 언급하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을 보면 외교관들은 여전히 국민국가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국익을 위한 싸움이라는, 지금의 시대 흐름과는 맞지 않는 잘못된 문제(wrong game)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전문에 나타난 외교관들의 일반적 태도를 비판했다.
또 그는 지금의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는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금융자본에 지나친 거품(버블)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금융 버블' 다음 경제 이슈는 '달러 버블'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현재 달러는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고 미국의 패권 쇠퇴와 맞물려 달러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여러분이 지금 달러를 가지고 있다면 빨리 팔아라, 원한다면 수수료를 받고 내가 팔아 주겠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작성일자 : 2010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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