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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한반도 평화·안전, 방법은 정상회담밖에 없다”(문정인,최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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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12-09 09:17 조회1,4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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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안전, 방법은 정상회담밖에 없다”
특별대담/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
문정인 연세대학교 교수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이제훈 기자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남쪽은 추가 도발 때는 응징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으며, 북쪽은 사격훈련 재개 때는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위협을 되풀이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위기 국면을 벗어날 수 있을지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과 문정인 연세대 교수에게 들어봤다.
두 중진 학자는 “강력한 응징”이 지닌 위험성을 지적한 뒤,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담은 6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1시간 남짓 진행됐다.


대응 중요하나 예방이 더 중요

-연평도 포격 사태의 발생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최완규(이하 최) 많은 이들이 북한의 의도로 김정은 후계승계의 안정화, 서해 분쟁지역화와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대화 촉구 등 세가지를 꼽는데 좀더 근원적인 수준에서 이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크게 보면 (1990년대 초반 한국이 소련·중국과 수교한 반면에 북한은 아직도 미국·일본과 외교관계를 맺지 못한) 한반도 냉전구조의 비대칭적 해체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남북관계를 역사적으로 보면, 민족적 유대의 고리가 아주 약화된 상황에서 국제 연대·유대·공조가 비대칭적으로 강화된 경우에 한반도 정정은 늘 불안했다.

문정인(이하 문) 동감한다. 남북은 2007년 10·4 정상선언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에 합의했다.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 방안이 이미 마련돼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이 합의를 휴짓조각처럼 버리고 (북쪽과) 계속 대립각을 세웠다. 대청해전(2009년 11월10일), 천안함 사건(2010년 3월26일)이 이어지며 서해가 완전 전쟁지대가 됐다. 연평도 포격은 이런 구조적 맥락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북한의 이번 포격은 선제공격과 마찬가지다. 민간인 살상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은 나쁘다,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말이 대책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발을 방지하는 일이다.



 

최 앞에서 지적한 원론적 수준의 문제 구조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즉자적으로 대응하는 한 제2, 제3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날 개연성은 충분하다. 대응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 중요하다. 북쪽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우리 군이 어떤 이유에서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대응의 타이밍을 놓쳐놓고 이제 와서 싸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 직전에 방북한 미국 전문가들에게 영변의 농축 우라늄 시설을 공개했습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합니까?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


문 북한이 정말 은밀하게 농축 우라늄 핵개발을 할 의도가 있었다면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 등 방북한 미국 전문가들에게 보여줄 이유가 없다.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국이 이 메시지에 부응해 6자회담으로 돌아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고농축 우라늄 개발로 갈 수 있다는 메시지다.

북쪽이 이번에 보여준 건 고농축이 아닌 저농축 우라늄 시설이다.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고농축을 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기술 축적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우라늄 농축 문제는 아직 기회가 있다. 6자회담으로 돌아와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최 북쪽이 계속 화해 제스처를 하는데 무시·봉쇄하고 일방적 강압정책을 펼 경우, 얼마든지 핵개발 수준을 더 높이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오랜 북핵 협상 과정에서 강압적 방식의 한계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역사적 경험을 보면 이미 정답이 있는데, 한·미가 애써 그걸 피해가는 양상을 보이는 게 안타깝다.

문 정부는 늘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걱정이다. 북한이 제재받고 고립봉쇄되면 결국 고개를 조아릴 것이라고 하는데, 먹히지 않는다. 중국 변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꿇지 않고 자기 뜻을 관철하겠다는 북한 자체의 내재적 의지 변수다. 만약 북한이 핵능력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면, 협상의 틀이 바뀌게 된다. 점점 더 어려워진다.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이 보여주는 것은 대북 제재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미 정부는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은 없다며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제재가 작동하지 않으면 논리적으로 남는 건 군사적 대응뿐이다. 그러나 그건 우리 국민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연평도에서 4명의 귀중한 생명을 잃었지만, 이를 계기로 5000만명의 생명을 지킬 방안을 마련하는 게 위대한 리더십이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고농축으로 발전해 핵탄두를 만들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기 전에 개입해서 막아야 한다. 그게 예방적 지도력이다. 대통령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최 지금 정부 태도는 북한을 상대로 완전하게 승리하려고 하는데,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다. 안정된 사회질서나 평화는 완전한 승리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타협과 협상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상위 정책 결정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원칙을 그 어느 때보다 유의해주면 좋겠다. 꼭 강조하고 싶다.

-중국 정부가 최근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를 제안했습니다. 한·미·일 3국 정부는 거부 태도인데,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더 늦기 전에 반전시켜야

문 더 늦기 전에 중국 제안을 한·미·일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빨리 협상에 들어가서 급한 불부터 끄고 사태를 반전시켜야 한다. 북한은 6자회담이 깨지면 상황을 악화시켰지만, 협상 기간에는 신뢰를 훼손할 정도로 상황을 악화시킨 적은 없다.

최 국내 정세나 여러 상황을 봤을 때 사안이 엄중한데도 한·미·일이 당장 6자회담에 복귀하기 어렵게 돼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일수록 결단을 내리는 게 진정한 정치적 리더십이다.

-연평도 포격 이후 여론을 보면 북쪽의 행태나 정부의 대응에 모두 비판적인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무도한 김정일, 무모한 이명박’이라고 비유하더군요.


전면전 상황 있어선 안돼

문 연평도 사건 이후 학생들한테 물으니 강력한 응징 찬성이 80~90%, 전쟁은 안 된다가 100%더라. 한국 사회의 모순적 자화상이다.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과 정부 정책도 이런 국민 정서를 그냥 반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강력한 응징은 확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최 전지전능한 능력이 없다면 강력한 응징으로 국민의 울분과 정서도 만족시키고 전면전쟁도 막을 좋은 방법은 없다. 남북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상황은 이유를 막론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불가불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문 연평도 사건은 위기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정부가 서해의 평화적 이용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민한다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서해를 갈등과 분쟁의 지대에서 평화지대로 만드는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10·4 정상선언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합의 내용을 다시 잘 살펴보고 북쪽과 대승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게 남북의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되고, 남북의 신뢰가 높아지면 북핵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노무현 것은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 어떤 정책이든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다. 군사적으로 제압할 생각이 아니라면,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북쪽은 우리 정책의 한쪽 당사자다. 타자화해서는 안 된다.

문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가장 큰 오류는 첫째 북한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둘째 북한붕괴론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정책을 펼치는 것, 셋째 미국과 통하면 모든 게 잘될 거라는 ‘미국 만병통치약’적 인식이다. 이 세가지가 대북정책을 어렵게 만든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문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해 지금도 방법은 정상회담밖에 없다. 대통령이 수동적·반사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주역이 되면 좋겠다. 지금은 대통령이 홀연히 일어나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다. 이명박 대통령이 열쇠를 쥐고 있다.

최 정상회담 추진도 발상의 전환의 한가지 방법이다. 정치적으로 어렵고 여론 추스르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역발상을 하는 게 진정한 정치적 리더십이다.

사회·정리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문정인 연세대 교수: 참여정부 때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현재 이명박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민간위원이다. 미국·중국 등의 외교에 밝은 국제정치학자다. 1·2차 남북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다.

■ 최완규 북한대학원 대학교 부총장: <북한은 어디로: 전환기 북한적 정치현상의 재인식>, <북한도시의 위기와 변화> 등 다수의 북한 관련 저작을 펴낸 북한 및 사회주의 체제전환 연구 전문가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작성일자 : 2010년 1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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