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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베를린 쇼크'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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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5-13 09:30 조회9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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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MB 베를린 제안' 진의와 북의 격렬한 거부반응 
 
 2011년 05월 12일 (목) 13:41:33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으로 남북관계 개선은 당분간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를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을 기대했지만 현실가능성 없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해 북한의 격렬한 반발만 샀다.

11일 북한은 조평통 대변인을 통해 “역도가 끝까지 대결로 나가려는 것이 명백해진 조건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입장을 심중히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허황한 미련과 망상에 빠져 동족대결에 환장이 된 자와 마주앉았댔자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실망감을 표해 남북관계는 상당 기간 ‘베를린 쇼크’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들이 보는 ‘베를린 제안’ 진의는?

이명박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오후 한독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핵 포기 문제에 있어 북한이 진정하고 확고하게 포기하겠다는 의견을 국제 사회와 합의한다면 내년 3월 26~27일 제2차 핵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대하고 싶다고 제안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핵안보정상회의에 북한을 초청한 것도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 대통령은 “그 진정성의 전제는 북한이 테러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 이 사과는 진정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사과하는 문제는 6자 회담이나 남북(대화) 등 여러 가지에서 기본이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김 위원장 초청 제안은 ‘핵포기 의지 국제사회 합의’는 물론 ‘천안함.연평도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한 조건부 초청으로,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자신들의 관련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1일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남북 간에 6자 수석대표 회담을 해서 비핵화에 합의가 이루어질 때 쭉 추진해서 합의되면, 내년 3월에 온다고 볼 수도 있다”며 “작년에 1차 핵안보정상회의 때도 유사한 말이 있었지만 이번 말씀이 조금 더 구체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워싱턴 1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서울이 2차 회의 개최지로 확정된 뒤 “북한이 2010년, 2011년 2년동안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할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NPT(핵비확산조약)에 가입해 합의된 사항을 따르게 된다면 기꺼이 (2차 핵안보 정상회의에) 초대할 것이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세계 모든 정상들과 북한의 핵을 억제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고위 당국자는 “천안함, 연평도 문제는 모두발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기존 원칙을 재확인 한 것”이라고 해석해 북핵문제와 ‘천안함.연평도’를 별도의 ‘투 트랙’(two track)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했다. 즉 대통령의 초청 제안은 핵포기의 진정성을 전제로 한 것이지 천안함.연평도 사과에 비중을 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9일(현지시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앞서 사전 배경설명을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북핵문제에 대해 “남북 비핵화 회담을 통해서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나 거기에 대한 모종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서 6자회담을 통해서 그동안 우리가 얘기해 왔던 ‘그랜드 바겐’ 성격의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렇게 되면 국제 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절차에 따라서 목표 시한에 따라서 어떤 경제지원과 협력을 할 수 있고 북한에 어떤 안전보장과 신뢰 회복조치가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계획이 수립이 될 수 있다”며 “결국 그렇게 되면 북한이 염려하고 있는 안전보장 문제, 경제문제가 같이 해결될 수 있는 계획이 서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밝은 미래라고 언급하실 것”이라고 나름의 낙관적 전망을 밝혔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작년 두 차례 도발에 대한 분명한 사과는 비핵화에 대한 회담은 물론 남북관계를 정상화 하고 본격적으로 남북간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서 대전제는 유지가 돼 있다”고 말해 이 대통령과 같은 시각을 보여줬다.

고위 당국자 “우리가 아쉬울 것 없다”

이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은 정부 내에서조차 크게 기대하지 않는 기류도 있다.

11일 정부의 다른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을 만나 ‘이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이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북한도 만날 그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베를린 제안의 전제조건을) 안 받으면 지금 같은 남북관계가 임기 말까지 갈 수도 있겠다’는 지적에도 “그렇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가 아쉬울 것 없다”는 것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2일 한 학술회의 축사에서 “북한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길 기대한다”면서도 “북한은 국제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히고 실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과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비켜가려 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며 “북한은 도발에 대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재강조했다.

현 장관의 이같은 기존입장 재확인은 이미 전날(11일)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을 통해 격렬한 거부의사를 밝힌 뒤에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 북측의 거부의사와 무관하게 우리 입장만 계속 강조하겠다는 의사표현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야권과 통일운동진영은 비판 일색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시 변한 것은 없고 대북 강경정책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역 베를린선언을 했다”며 “아마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조건에 김정일 위원장이 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일진영 원로들은 11일 남북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하면서 “이번 ‘베를린 제안’은 초청해서 대화하자는 제의가 아니라 사실상 압력에 도전하지 말고 선핵 포기를 통해 굴복하라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유일하게 김상근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10일자 웹메일을 통해 사견임을 전제로 “저는 지난 5월 9일 베를린에서 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일단 환영한다”며 “한 걸음 유연해 진 것이어서 참으로 다행스럽다. 이만한 변화도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보게 된 외교다운 외교”라고 평가했다.

김 상임대표는 “말을 툭 던지고는 이제는 내 손을 떠났으니 김정일 위원장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 하는 식으로 하지 않으리라 믿고 싶다”며 “진정성이 듬뿍 담긴 제안이었길 바란다”고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촉구했다.

북 격렬한 거부 반응.. 남북관계 표류할 듯

북측의 반응은 먼저 11일 낮부터 재일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신문은 이번 이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을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전달한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과 연관시켜 “베를린의 회견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그 무슨 ‘서울초대’라는 ‘제안’을 했는데 서로 차원의 다른 문제를 억지로 결부시키는 논법에는 불순한 기도가 엿보인다”면서 “베를린회견의 내용은 카터 ‘전언’에 대한 직접적인 회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평가절하 했다.

신문은 ‘베를린 제안’이 “조건부 대화”라며 “베를린회견은 결국 종전의 대결책을 슬그머니 접고 ‘6자회담 테두리 안에서의 북남대화’에 나서기 위한 명분세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면서 “북남의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보자는 민족대화의 제안은 벌써 집권말기의 위기에 처한 대통령에게 있어서 궤도수정의 마지막 기회일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곧이어 11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북한 조평통 대변인의 입장은 더욱 강경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명박 역도’, ‘반통일대결 광신자’라는 격한 표현을 구사했고, “날로 높아가는 대화분위기를 차단하고 북남관계파탄과 ‘대북정책’ 실패에 대한 비난을 모면하며 반공화국 핵소동과 대결책동을 정당화해보려는 단말마적 발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얼마 전에는 최고의 수준에서 북남대화와 관련한 중대제의까지 하였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역도는 이미 거덜이 난 모략적이고 도발적인 함선침몰사건과 연평도사건에 대한 ‘사과’와 ‘핵포기’ 등을 고집하면서 그것을 전제조건으로 대화를 가로막고 우리의 선의와 최고 존엄에 도전해 나섰을 뿐 아니라 수급졸개들을 번갈아 내세워 저들의 이른바 ‘대북강경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이 떠들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역도가 끝까지 대결로 나가려는 것이 명백해진 조건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입장을 심중히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는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모독하고 우롱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무자비하고도 단호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대남 대화공세를 거두어들일 것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북측의 격렬한 부정적 반응에 대해 12일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국가원수가 말한 내용과 관련해 ‘역도’라 표현하며 비방 중상,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라며 “북이 연초부터 여러 대화공세 있었지만 대통령 제안에 대해 이런 식의 반응 보인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먼저 제의한 ‘백두산 화산 남북 학술토론회’와 ‘동해 표기 남북협의’에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상당기간 남북관계는 냉각기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지난해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12월에 북중간 협의에 토대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선 북측이 연초부터 대화공세를 폈지만 남측이 ‘천안함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진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남북대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베를린 제안은) 실현 가능한 제안이 아니고, 김정일 위원장이 그런 형식으로 남쪽에 온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군사행동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내년 2012년까지 중국과 손잡고 강성대국 건설에 매진해야 하는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중국이 국제적 압력을 받아 골치 아픈 상황”이라며 “중국의 설득으로 결국 북한이 남북 6자 수석대표회담에 나와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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