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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한반도 리서치]MB정부 ‘대북 강경책’의 무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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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5-12 09:11 조회1,3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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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한반도 리서치]MB정부 ‘대북 강경책’의 무력함


단둥에 다녀왔다. 위화도와 황금평을 둘러봤다. 새로운 단계로 들어선 북·중 협력의 합작지대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여느 때처럼 배를 타고 살펴본 북측의 신의주 지역은 오히려 사정이 나아 보였다. 건물도 새롭게 단장하고 배에선 석탄을 실어 나르고 사람들도 분주히 일하는 모습이었다. 북한 민가들은 새벽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누가 봐도 북이 더 어려워지기는커녕 오히려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다. 남북관계 중단과 대북 압박으로 북한이 힘들어할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과는 전혀 딴판의 현실이었다.

남북 경색 속 밀착되는 북·중

 
 
돌아와 보니 남북관계는 여전히 얼음장이다. 북한이 남북 비핵화 회담을 수용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완강한 입장이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대화 필요성 언급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한 사례를 설명하는 것으로 답했다는 소식이다. 식사를 같이 하자는 클린턴의 요청도 청와대가 거절했다는 전언까지 들린다.

이명박 대통령은 평양을 다녀온 카터 전 대통령과의 만남조차 거부했다. 외교부 장관은 카터를 제3자로 폄하하면서 북측의 메시지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북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통일부 장관은 유임됐다. 북이 비핵화를 합의하면 내년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대통령의 베를린 발언은 북이 수용하기 힘든 걸 알면서도 대화의 생색을 내기 위한 공식용 멘트일 뿐이다.

원칙을 고수하면서 북의 완전 굴복 전에는 결코 대화에 호응할 수 없다는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지금의 완강한 기다림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는 자평마저 내놓는다. 북한의 평화공세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고위 당국자의 설명은 정말 현실에 대한 본말전도의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단둥에서 확인한 북한은 결코 압박과 제재 때문에 힘들어하는 게 아니었다. 북·중관계라는 대체재로 이명박 정부의 공세를 오히려 이겨내고 있었다. 최근의 대화 공세가 북한이 굴복해서 기어나온 게 아니라 미국이 요구하는 남북관계 진전에 성의를 보이면서 결국엔 북·미 직접협상으로 건너가려는 의도임을 이명박 정부는 애써 무시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모르고 있는 건지 황당할 뿐이다.

정부가 매번 강조하는 갑을 관계를 바로잡겠다는 발상 역시 허황된 빈소리에 불과하다. 남북관계 결정권과 한반도 평화 결정권을 이 정부가 회복했다는 고위 당국자의 평가는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만 하는 것이 남북관계 결정권을 가졌다는 것인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결정권을 회복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상대방에 대한 영향력은 상호 관계를 통해 그 힘을 행사할 때 관철되는 것이지 모든 관계를 끊고 혼자서 힘을 갖고 있다고 외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다름 아니다. 정치학에서 힘(power)은 ‘소유적’인 게 아니라 ‘관계적’인 개념이다. 힘은 갖고 있는 게 아니라 관계를 통해 행사하는 것이다.

‘관계’ 단절한 채 영향력 행사 못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북·중관계 확대를 통해, 창지투 계획과 신합작지대 개발을 통해 실제로 관철되고 행사된다. 관계 확대를 통한 영향력 행사는 결국 북한을 6자회담 수용으로 이끌어내고 남북 비핵화 회담 합의에까지 끌어들였다.

이명박 정부는 북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만 소리치고 있다. 물론 한국은 중국 이상으로 막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힘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를 통해 행사되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중단된 채로, 모든 대화가 끊긴 채로 대북 영향력은 결코 관철될 수 없고 행사될 수 없다. 갑을 관계는 계약서를 쓰고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회복할 수 있다. 계약서를 쓰지도 못하는 남북관계에서 한국의 힘은 외로운 거인의 완력일 뿐이다.

<김근식 | 경남대 교수·정치학>
 
작성일자 : 2011년 0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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