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색 38개월…“남쪽이 먼저 대화테이블 나서야”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5-16 09:57 조회1,217회 댓글0건본문
기사입력 2011-05-15 21:05
[한겨레] ‘MB 베를린 제안’ 거부한 북, 다음 정권 기다린다는 뜻?
현정부 회담 16회 성과없어…천안함 사건 등 군사충돌도
인도적 지원·남북교류 등 작은 행동 통해 신뢰 회복 시급
남북관계 돌파구 어떻게?
이명박 정부 들어 시작된 남북관계 경색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독일 베를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내년 초 서울에 초청할 뜻을 밝히는 등 남북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대북 제안을 새로 내놓았지만, 북한의 거부로 별다른 돌파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2일(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이제 이 화두를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고 보면 된다. 향후 북한과 소통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서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5일 “북한이 베를린 제안에 대해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역도라고 표현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대화를 요구하던 북한 태도에 비춰 의외의 반응”이라며 “현 정부를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다음 정권을 기다리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경색국면이 저절로 풀릴 것이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고위 당국자는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5.24 조처(지난해 천안함 사건 이후 내려진 대북 교류 제한조처)로 북한은 매년 3억달러 정도의 소득을 차단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압박정책이 성과를 내 결국 북한이 굴복하고 들어올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경색의 내용이나 강도 등에서 이명박 정부가 최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말의 위협에 그치지 않고 천안함 사건, 연평도 피격 같은 군사적 충돌로 전쟁 직전까지 갔으며, 현재도 전단 살포 때 전방위 타격을 하겠다는 북한의 위협으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비해 김대중 정부 때는 두 차례 서해교전이 있었지만,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 위기상황으로 악화하지는 않았다. 김영삼 정부 때의 동해안 잠수함 사건(96년 9월)도 압박과 협상을 병행한 끝에 북한의 사과를 일찍 받아냈다. 더구나 과거 정부에선 대립기간에도 대북 지원과 경협 등 교류활동이 계속됐으며, 물밑대화가 이어졌다. 김영삼 정부에서도 차관급 회담 3차례와 남북정상회담 실무회담 등 심도있는 대화와 함께 쌀 지원이 이뤄졌다. 3년 2개월이라는 대립 기간도 김대중 정부 때(1998년 2월~2000년 4월)와 노무현 정부 때(2004년 7월~2005년 5월)보다 훨씬 더 길다.
반면에 현 정부에서는 그동안 공식 남북회담이 16차례 있었지만, 형식적인 실무접촉이었을 뿐 비중있는 실질 대화는 한번도 없었다. 그런 대화마저 모두 북쪽의 요구로 이뤄졌다. 김영삼 정부를 포함해 과거 정부에서 남북대화의 대부분이 남쪽이 먼저 제안해 이뤄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남북관계 악화는 정권의 철학에서 비롯한 만큼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없는 한 5년 내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남북관계가 파탄난 것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이나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문이 아니라 이 대통령의 10.4 선언 불이행으로 남북간의 신뢰가 약화되면서 우발적인 사건이 잇따라 터져 비롯된 것”이라며 “최근 통일부 장관의 유임이나 이 대통령의 베를린 발언 등으로 볼 때 남은 기간 동안에 남북관계가 풀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올 초까지만 해도 대남 대화 공세에 나섰던 북한이 최근 대화 의사를 거둬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북한은 북미 협상으로 직접 해결하려 하거나 아니면 추가 도발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반도 평화관리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남쪽이 주도적으로 대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내년에는 남북 양쪽 모두 관계의 변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는 남북관계가 출렁일 것”이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이나 인도적 지원, 남북교류 등 작은 행동부터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근식 교수도 “북한을 끌어내려면 말이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와 대북식량 지원 등 신뢰할 만한 조처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 ‘MB 베를린 제안’ 거부한 북, 다음 정권 기다린다는 뜻?
현정부 회담 16회 성과없어…천안함 사건 등 군사충돌도
인도적 지원·남북교류 등 작은 행동 통해 신뢰 회복 시급
남북관계 돌파구 어떻게?
이명박 정부 들어 시작된 남북관계 경색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독일 베를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내년 초 서울에 초청할 뜻을 밝히는 등 남북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대북 제안을 새로 내놓았지만, 북한의 거부로 별다른 돌파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2일(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이제 이 화두를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고 보면 된다. 향후 북한과 소통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서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5일 “북한이 베를린 제안에 대해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역도라고 표현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대화를 요구하던 북한 태도에 비춰 의외의 반응”이라며 “현 정부를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다음 정권을 기다리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경색국면이 저절로 풀릴 것이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고위 당국자는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5.24 조처(지난해 천안함 사건 이후 내려진 대북 교류 제한조처)로 북한은 매년 3억달러 정도의 소득을 차단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압박정책이 성과를 내 결국 북한이 굴복하고 들어올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경색의 내용이나 강도 등에서 이명박 정부가 최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말의 위협에 그치지 않고 천안함 사건, 연평도 피격 같은 군사적 충돌로 전쟁 직전까지 갔으며, 현재도 전단 살포 때 전방위 타격을 하겠다는 북한의 위협으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비해 김대중 정부 때는 두 차례 서해교전이 있었지만,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 위기상황으로 악화하지는 않았다. 김영삼 정부 때의 동해안 잠수함 사건(96년 9월)도 압박과 협상을 병행한 끝에 북한의 사과를 일찍 받아냈다. 더구나 과거 정부에선 대립기간에도 대북 지원과 경협 등 교류활동이 계속됐으며, 물밑대화가 이어졌다. 김영삼 정부에서도 차관급 회담 3차례와 남북정상회담 실무회담 등 심도있는 대화와 함께 쌀 지원이 이뤄졌다. 3년 2개월이라는 대립 기간도 김대중 정부 때(1998년 2월~2000년 4월)와 노무현 정부 때(2004년 7월~2005년 5월)보다 훨씬 더 길다.
반면에 현 정부에서는 그동안 공식 남북회담이 16차례 있었지만, 형식적인 실무접촉이었을 뿐 비중있는 실질 대화는 한번도 없었다. 그런 대화마저 모두 북쪽의 요구로 이뤄졌다. 김영삼 정부를 포함해 과거 정부에서 남북대화의 대부분이 남쪽이 먼저 제안해 이뤄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남북관계 악화는 정권의 철학에서 비롯한 만큼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없는 한 5년 내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남북관계가 파탄난 것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이나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문이 아니라 이 대통령의 10.4 선언 불이행으로 남북간의 신뢰가 약화되면서 우발적인 사건이 잇따라 터져 비롯된 것”이라며 “최근 통일부 장관의 유임이나 이 대통령의 베를린 발언 등으로 볼 때 남은 기간 동안에 남북관계가 풀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올 초까지만 해도 대남 대화 공세에 나섰던 북한이 최근 대화 의사를 거둬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북한은 북미 협상으로 직접 해결하려 하거나 아니면 추가 도발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반도 평화관리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남쪽이 주도적으로 대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내년에는 남북 양쪽 모두 관계의 변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는 남북관계가 출렁일 것”이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이나 인도적 지원, 남북교류 등 작은 행동부터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근식 교수도 “북한을 끌어내려면 말이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와 대북식량 지원 등 신뢰할 만한 조처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