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통로 ‘궤멸’…신뢰구축 ‘행동’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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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7-04 09:09 조회1,198회 댓글0건본문
기사입력 2011-07-03 22:25
[한겨레] 뉴스분석
관계개선 시사했지만…비밀회담 등 대화선 없어 대북담당 인물 교체 등 북에 실질적 메시지 줘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민주평통자문회의 출범식에서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며 남북간 관계개선 모색을 시사하고 나서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 발언은 최근 정부가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로 갈등이 최고조로 오른 남북관계에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는 기류가 나타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후 천안함·연평도와 비핵화 남북회담의 분리 추진 방침을 밝혔고, 비슷한 시기에 남북경협사업자의 북한 방문을 처음으로 허용하는 등 남북교류·경협을 제한한 5·24조처도 일정 부분 완화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꽉 막혀있는 남북관계의 숨통을 틔우는 조처를 조금씩 취해온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해 큰 그림을 짚은 것”이라며 “더는 천암함·연평도라는 과거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을 밝히면서 북한에도 진정성과 책임있는 자세로 나올 것을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최근 흐름에는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이 ‘남북대화를 잘 해보라’고 압력을 넣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좀더 신축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유화 제스처가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남북간 불신의 벽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남 공세를 강화하면서도 남북대화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최근 정부 대변인 성명과 군사령부 성명 등을 통해 남쪽 부대의 훈련용 구호와 관련해 “군사적 보복”을 위협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25일 조평통 성명을 통해선 “진정 대화를 원하면 전제조건을 철회해야 한다”며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김용환 동국대 교수는 “남쪽과 마찬가지로 북쪽도 중국 등 주변국의 설득,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최근 상황을 주시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남북이 서로 진의를 탐색하고 이견을 미리 조율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로 남북 당국이 직접 만나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할 통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제 당국간 비밀접촉은 어렵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남북간 관계개선을 위해 먼저 남북간 신뢰구축을 위한 추가 조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북라인을 교체하는 인사로 면모를 일신하거나 5·24 조처 등 대북 강경책을 대폭 완화하는 방식 등을 통해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로 해소하기에는 남북간 불신이 워낙 깊기 때문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말과 행동이 함께 가야 한다”며 “예컨대 남북 화해, 대화를 얘기하면서 대북 강경파를 기용하거나 자극적인 조처를 취한다면 북쪽에서 신뢰하겠느냐”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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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뉴스분석
관계개선 시사했지만…비밀회담 등 대화선 없어 대북담당 인물 교체 등 북에 실질적 메시지 줘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민주평통자문회의 출범식에서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며 남북간 관계개선 모색을 시사하고 나서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 발언은 최근 정부가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로 갈등이 최고조로 오른 남북관계에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는 기류가 나타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후 천안함·연평도와 비핵화 남북회담의 분리 추진 방침을 밝혔고, 비슷한 시기에 남북경협사업자의 북한 방문을 처음으로 허용하는 등 남북교류·경협을 제한한 5·24조처도 일정 부분 완화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꽉 막혀있는 남북관계의 숨통을 틔우는 조처를 조금씩 취해온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해 큰 그림을 짚은 것”이라며 “더는 천암함·연평도라는 과거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을 밝히면서 북한에도 진정성과 책임있는 자세로 나올 것을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최근 흐름에는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이 ‘남북대화를 잘 해보라’고 압력을 넣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좀더 신축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유화 제스처가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남북간 불신의 벽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남 공세를 강화하면서도 남북대화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최근 정부 대변인 성명과 군사령부 성명 등을 통해 남쪽 부대의 훈련용 구호와 관련해 “군사적 보복”을 위협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25일 조평통 성명을 통해선 “진정 대화를 원하면 전제조건을 철회해야 한다”며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김용환 동국대 교수는 “남쪽과 마찬가지로 북쪽도 중국 등 주변국의 설득,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최근 상황을 주시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남북이 서로 진의를 탐색하고 이견을 미리 조율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로 남북 당국이 직접 만나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할 통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제 당국간 비밀접촉은 어렵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남북간 관계개선을 위해 먼저 남북간 신뢰구축을 위한 추가 조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북라인을 교체하는 인사로 면모를 일신하거나 5·24 조처 등 대북 강경책을 대폭 완화하는 방식 등을 통해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로 해소하기에는 남북간 불신이 워낙 깊기 때문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말과 행동이 함께 가야 한다”며 “예컨대 남북 화해, 대화를 얘기하면서 대북 강경파를 기용하거나 자극적인 조처를 취한다면 북쪽에서 신뢰하겠느냐”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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