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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북경협, 생일날 잘 먹으려다 굶어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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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6-08 11:48 조회9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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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북경협, 생일날 잘 먹으려다 굶어죽는다"
[평화에 투표하자] 5ㆍ24조치 2년, 남북경협의 불씨 되살리자 <下>
기사입력 2012-06-06 오전 9:06:35

 

경협활성화조치는 피해 실태조사, 보상 입법 마련부터

결과적으로 보자면 이명박 정부는 남북경협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남북경협의 가장 큰 장애물은 남북 간의 정치적 긴장인데,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일관되게 남북 간의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켜 왔다. 이로 인해 경협사업의 안정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그 와중에 금강산에서 남측 관광객의 피격사건이 있은 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었고, 천안함사태에 대한 대응조치라는 명분하에 5ㆍ24조치가 단행된 것이다. 5ㆍ24조치는 빈사지경에 이른 남북경협사업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조치에 불과하다.

정당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가 이토록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면 정부는 이에 합당한 예방적 조치를 취하거나 후속조치를 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그러하지 않았다. 일본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준비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할 피해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매뉴얼을 작성해 대응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자괴감을 느낀다.

5ㆍ24조치 단행 이후 통일부는 2차례 정도의 기업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이는 대외적으로 공표된 바도 없고, 기업들 역시 갑과 을의 처지에서 통일부의 조사에 객관적으로 응하지도 못했다. 당연 경협기업에 종사하는 전체 기업에 대한 전수조사는 시도된 바도 없다.

제대로 된 조사는 경협기업들 자체적으로 조직한 '남북경협기업실태조사단'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남경필 의원의 도움을 받아 2011년 8월 발간한 '남북경협기업실태조사 보고서'가 유일하다. 조사단이 자체적으로 확보한 명단에 기초하여 2011년 3월에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조사대상 1017개 업체 중 400여 개 업체가 이미 연락이 되질 않거나 폐업상태였다. 통일부 산하 기관인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2011년 말 기준 국세청 자료를 통해 파악한 것은 1106개 업체 중 193개사가 폐업했다고 한다.

기관 및 논자들에 따라 피해규모 역시 다양하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박사는 "남북한의 경제 협력 사업이 축소·중단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남한의 경제적 손실 추정값은 모두 82억7026만 달러(9조973억 원)로, 이는 같은 기간 북한의 경제적 손실 추정값인 16억3784만 달러(1조8016억 원)의 5배, 경제적 유발 효과의 손실은 직접 손실의 3배에 이르는 240억2369만 달러(26조4260억 원)"라고 발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10년 9월 "피해규모 59억5000만 달러, 간접피해를 포함하면 149억 달러, 고용차질은 6만4000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렇듯 주장이 다양한 상황에서 정확한 실태조사와 규모파악이 절실하다. 실태조사가 정확해야 그에 대한 대응책 역시 효율성을 갖출 수 있다. 조사의 대상이 될 시기, 구체적 대상, 그리고 부문에 대한 전문가와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사의 주체가 신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정부는 경협기업의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 자체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다. 따라서 정부 단독의 조사는 의미가 없다. 아울러 기업들만으로 조사단을 구성하는 것도 신뢰도에서 국민적 동의를 받기 어렵다.

따라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19대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산하에 국회, 정부, 경협기업 3자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가칭) '경협기업피해신고처'를 운용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2011년 정기국회에서 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의에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검토가능하다는 답변을 한 바도 있다. 그러나 아직 통일부는 어떤 후속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다행히 최근 민주통합당의 한반도평화본부 정청래 간사가 이를 19대 국회에서 추진할 중점과제로 선정하겠다는 발표를 한 점은 고무적이다.

둘째로, 이 실태조사를 근거를 남북경협기업이 정상적인 영업행위에 종사하다가 5ㆍ24조치와 같은 남북 간의 정치적 이유로 사업이 중단되었을 때, 즉 기업의 경영 내적인 사유가 아닌 경영 외적인 사유에 의해 사업이 중단되었을 때는 국가가 이를 보상한다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 최근까지 5ㆍ24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3개의 경협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손실)보상 소송에 들어갔지만 모두 1심에서 패소했다. 패소 이유는 기업체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5ㆍ24조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서, 설령 이로 인해 피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보상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그 규정이 특별법이 될지 일반법이 될지, 그리고 그 대상과 시기, 재원 등을 어떻게 규정하고 조달할지 등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로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남북경협사업에 근본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 위해서 이 입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경협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역과 업종, 부문을 망라하여 결사한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에서는 해당 입법을 위한 기획단을 운영 중이며, 오는 정기국회에 여야 의원입법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셋째로, 5ㆍ24조치로 드러난 경협사업의 제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허울뿐인 남북경협보험은 보완이 시급하다. 사업이 중단되었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보험이 손실에 대한 보상에 나서야 하나 현재의 경협보험은 가입에서부터, 보상 규모, 재원, 그리고 지급에 이르기까지 문제점투성이임이 드러났다. 아울러 북측의 부당한 보험 가입 요구에서 알 수 있듯이 북측의 보상능력을 근본적으로 보장하는 남북 간의 재보험 협정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수많은 경협기업들을 전과자로 양산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상 반출ㆍ반입 및 대금결제와 관련된 조항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제3자 송금과 관련하여 이미 오래 전부터 관행적으로 인정되던 사안을 사문화되고 상호충돌하고 있는 조항을 들춰 외국환관리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을 거론하며 처벌하고 있는 것은 당장 시정돼야 한다. 이로 인한 피해기업이 이미 2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넷째로, 많은 경협기업이 이미 폐업했거나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옛말에 생일날 잘 먹으려다 굶어죽는다는 말이 있다. 기업들이 당장 연명하고, 사업체를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대책이 절실하다. 당장 내일 5ㆍ24조치가 해제되고, 남북경협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기업들은 사업에 착수할 수가 없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여를 아무런 매출이 없던 기업이 어떻게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겠는가? 노후된 설비와 인력의 보강을 위해서도 수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정부는 2010년과 2012년 2차례에 걸쳐 경협기업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모두 214개의 기업이 총 546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사업은 정부가 중단시켜 놓고, 보상이 아닌 대출로 연명하라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대출은 빚이다. 사람은 잠을 자도 이자는 잠을 자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적 이유로 중단된 사업에 대해 온갖 부담은 기업이 지는데 지원 대상의 선정과 지원 규모 책정은 철저하게 경제적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미 망하거나 신용이 낮은 기업은 지원을 아예 못받고, 그나마 연명을 하는 기업은 지원을 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원규모도 투자 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턱없이 작아 효과가 낮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지원과 관련하여 정부는 해당 기업 및 관련 단체와 어떤 사전 논의도 진행한 바가 없다. 개별 기업들의 사정이 다양하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하나 우리는 정부는 이렇게 정했으니 받으려면 받고 아니면 말아라 식이이다. 이것이 통일부, 이명박 정부가 남북경협기업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19대 국회는 경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조건을 확보해야

노태우 정부와 북측이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이후 '6ㆍ15선언', '10ㆍ4선언' 등은 모두 남북경협사업을 "민족 간의 경제력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사업"으로 간주하고, 이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다짐하고 있다.

30년을 바라보는 남북경협의 소중한 경험은 통일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서 출발한 중국과 대만의 경협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중국과 대만의 교역량은 우리와 중국의 교역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양안관계가 악화되어 대만이 자국민의 대중국투자를 억제했을 때 중국은 역으로 '대만 동포 투자에 관한 특별우대법(1983년)', '대만 동포 투자장려규정(1988년)' 등을 제정하여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했었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라고 이를 못할 이유가 있는가?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고 했다. 30년 남북경협사에서 여러 이유로 8차례 이상의 사업 중단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는 더 좋은 사업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이를 극복해왔다. 이 모든 고비에는 민간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대우의 남포공단,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착공 등이 그것이다. 많은 경협기업들이 절망을 경험하고 있지만, 이들은 지금까지도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통일의 전령사이다.

대북봉쇄조치의 일환으로 행한 5ㆍ24조치는 정당성과 그 적실성에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받고 있다. 북한에 대한 옥죄기 보다는 경협기업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5ㆍ24조치를 정부는 이제라도 해제해야 한다. 정부와 통일부는 5ㆍ24조치로 인해 원칙 있는 남북관계가 정립되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북한의 태도는 여전히 거리낌이 없고, 경협의 실종과 함께 평화도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대단히 비판적이다. 19대 국회는 그 산물이다.

19대 국회는 남북경협활성화와 제도적 안정성 확보를 제1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것만이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이명박 정부 4년 치하, 철저히 사라진 남북경협의 불씨를 되살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민족사적 책무에 복무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감시할 역할은 국민의 몫이다.
/정범진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정책위원장, 개성공단 입주예정기업 (주)겨레사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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