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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하나 더 만들면 국방비 수 조원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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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9-13 14:17 조회9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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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정상화 움직임과 함께 남북관계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10일 개최된 남북공동위 2차 회의에서는 남북이 개성공단 재가동 시점에 합의해, 잠정 폐쇄 166일 만에 정상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25일 개최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열린 문틈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묻어난다. 2004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남북 적대관계 청산과 협력의 의지를 확인하는 최후의 보루라 여겼던 개성공단이 허망하게 닫히는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 후 4개월간 사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연이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피로감과 회의적 시각도 늘었다. 남북 경협은 그저 꿈에 불과한 것인가? 애초에 개성공단은 의미가 있는 것이었나? 고비를 넘겼다 해도 많은 의문들이 자연스레 풀리지는 않는다.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지켜보며 누구보다 많은 질문을 던졌을 사람,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그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지내며 개성공단의 민낯을 마주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전략담당관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정책실 행정관,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실 인사비서관을 지냈다. 인터뷰는 지난 8월 26일, 마포구 신수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으며 평화네트워크 인턴 김병우, 이종민, 이진현, 조은지가 함께 했다.
 

- 올 봄부터 진행된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지난 4월,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들을 철수시키는 조치를 취했는데 북에서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관점은 남과 북이 너무도 다르다. 북측이 개성공단에 두는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단순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업이기 때문이 아니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을 분단 65년 체제 속에서 가장 획기적인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보는데, 개성공단은 이 6·15 공동선언의 상징물이다. 개성공단이 닫힌다는 것은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탄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왜 개성공단에 그런 조치를 취했는가. 개성공단이 잘못하면 남북관계 파탄의 열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미 연합연습 기간 중에 김관진 국방장관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만약의 사태에는 군사적인 조치와 더불어 만반의 대책도 함께 갖춰져 있다'며 사실상 특수부대 투입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는데 이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 기준에서는 별 것 아닌 발언에 왜 그렇게 과민반응하냐고 말할 수 있다. '개성공단이 돈줄이다, 외화박스다'라고 이야기한 것도 북한을 자극하긴 했지만 그것이 개성공단이 닫히게 된 직접적인 동인은 아니었다. 개성공단 폐쇄의 직접적 원인은 안보적으로 매우 수세적 입장에 있었던 북한이, 개성공단에 한미특수부대가 투입될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 대표의 격 문제로 회담이 무산된 건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로 처음이었다. 남북당국회담이 개최 직전까지 갔다가 수석대표의 격 문제로 무산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이 제시한 수석대표의 격이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격 문제는 우리가 제기했다. 내용적으로도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염두에 놓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 어떤 기관이냐, 어떤 지위를 가지느냐에 대해서도 엄청난 논의를 했다. 그런데 우리 체제의 관점에서 보면 안 된다. 굳이 우리와 비교해보자면 국가정보원, 통일부, 새누리당의 남북관계특별위원회, 그 밖에 우리 사회의 모든 남북관계 단체들을 다 모아 놓은 것이 조평통이라고 할 수 있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자. 류길재 장관은 학자 출신이기에 단 한 번도 대북 회담에 나가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북한에서 내세운 사람은 서기국 국장이다. 조평통의 서기국은 조평통의 총괄 사무기구이다. 실질적으로 조평통의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상징이 바로 조평통의 서기국이라는 것이다. 그 서기국의 국장은 우리로 치면 통일부 장관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왜 격 이야기가 나왔겠는가? 대화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이렇게 개성공단의 문을 닫으면 되고, 여론도 나쁘지 않은데 무슨 대화가 필요하냐는 것이다. 회담 진행을 막으려는 세력이 일각에서 격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6차까지는 결렬될 분위기였던 실무회담이 7차 회담에서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이전까지의 회담에서 성과를 볼 수 없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었다고 보는가? 또한 협상이 막판에 갑자기 타결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현 정부에서 소위 '대화파'의 입지는 매우 좁다. 이번 정부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군부라인이다.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라는 말이다. 국가안보실장, 대통령 경호실장,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그리고 청와대 안보라인 비서관들까지 모두 육사출신이다. 이들이 대북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심지어 여섯 번 실무회담 중 2차 회담과 4차 회담 때 우리는 빈손으로 회담장에 나갔다는 말이다. 북한은 다섯 번 수정합의문을 제의했다. 6차 실무회담이 결렬되면서 박철수 북측 수석대표가 우리들에게 '백수건달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도대체 아무것도 안 들고 여기 왜 왔냐는 것이었다. 우리는 계속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만 사실 협상의 판에서는 우리야말로 진정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6차 회담까지 결렬되었을 때 나는 '이제 끝이구나. 정말 큰 틀에서 북한이 아주 큰 양보를 하지 않는 이상 회담 타결은 어렵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10여일 만에 조평통 특별담화문이 나왔다. 남한이 인정하든 안 하든 잠정 중단 조치를 해제하고 개성공단을 정상화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기업인들의 방북을 전면 허용한다. 처음부터 진행 과정을 다시 돌아보면, 전체 정국 자체를 북한이 주도한 것이다. 엄청난 양보를 하면서 말이다."

- 그렇다면 북한이 갑자기 그렇게 큰 양보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인민경제건설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인공위성을 쏴 올리면서 안보적 자신감을 갖게 된 북한에게 이제 남은 것은 인민경제건설이다. 지금 북한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우리가 60~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전국토에 걸쳐서 실시했던 것처럼 북한도 이미 10개년 경제계획을 전 국토에 걸쳐 수립해놓고 있다.

전 국토를 대대적으로 건설하겠다는 인민경제 건설 종합 프로젝트가 있는 것이다. 엄청난 계획이다. 이런 엄청난 계획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시금석이 바로 개성공단 정상화, 다시 말해 남북관계의 정상화이다. 남북관계 정상화 없이는 자신들이 가진 엄청난 계획들을 현실화시킬 모티브를 찾을 수 없다는 걸 아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잠정 중단했던 것은 개성공단이 안보에 위협으로 작용될 상황이 조성됐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부 다시 되돌려서 정상화하고 싶은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문제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을 제안하면서 더 전방위적인 대남외교를 펼칠 것이다. 군사적 긴장조치 해제나 경제협력에 관해 논의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팔짱끼고 속도조절이니 완급조절이니 이러고 있으면 그건 중국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다."


- 개성공단이 정상화에 합의하기는 했다. 그러나 공단 가동중단에서 사실상 폐쇄 직전까지 갔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개성공단의 중요성에 대해서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개성공단이 가지는 의의가 뭐라고 보는가.
"핵심은 경제협력을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성공단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경제협력은 남과 북이 철저하게 윈(win)-윈(win)하는 구조로 가게 되어있다. 우리가 말하는 남한의 기술과 자본 그리고 북한의 노동력과 토지가 만나면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다고 한다. 그 경쟁력이 과연 어느 정도 될 것 같은가? 명백히 세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개성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은 안다.

그렇다면 간접적인 경제적 가치에는 어떤 게 있을까? 개성공단이 잘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한반도의 전통적 안보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해외신임도든 주식시장이든, 하다못해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해외 투자하면서 신용장을 낼 때도 이율까지 굉장히 높아진다. 안보리스크가 적어지기 때문에 말이다.

안보적 가치는 어떨까? 전투기를 예를 들면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을 모두 합쳐도 전투기 한 대 값도 안 된다. 그런데 개성공단이 있고 안보리스크가 줄어들게 되면 비싼 전투기를 많이 사들일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개성공단 하나 더 만들면 수조원의 국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은 매일매일 작은 통일들이 발현되는 곳, 즉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점을 배워가는 곳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 문화 속에서 노동의 개념이나 고용의 의미는 자본주의 국가인 우리와 아예 다르다. 우리에게 노동의 가치는 임금으로 환산이 된다. 북한은 60년을 넘긴 분단체제 속에서 자기들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그들은 그들의 체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개성공단은 북한의 땅이다. 그래서 상호교감하면서 배워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 개성공단이 남한에 유리한 구조이자 상황이라고 말씀하셨다. 북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북한이 개성공단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이 개성공단을 만들고 유지하려는 데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첫째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인민경제건설이라는 그들의 경제개발계획에 있어서 일종의 모델로서 적용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최초의 개발계획대로라면 공단 800만 평과 배후도시 1200만 평, 즉 남측의 창원시, 창원공단 크기와 맞먹는 약 2000만 평 규모의 공단이 개성에 완성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개성공단의 힘이다.

두 번째는 개성공단이 잘 돌아가야 남북 간의 온전한 평화적 관계가 성립되고 이에 힘입어 북미관계정상화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북한은 정치적인 입장에서 개성공단을 바라본다. 경제 문제를 도외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의 정상화 없이는 북미관계정상화나 경제개발을 위한 대외적 환경 조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남북경제협력이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북경제협력사업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극복해야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으로 남북경제협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정치·제도적으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보는가.
"제도적으로는 남과 북이 합의해서 만든 개성공단지구법이 있고, 남북공동위원회도 있다. 지금까지 법과 제도가 없어서 개성공단 위기와 같은 남북경협 중단 사태가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개성공단을 방치했다. 어떤 투자도 하지 않았고 2007년 12월에 합의했던 기숙사 등 이행하기로 했던 약속들을 우리가 모두 어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3년 4월까지 개성공단이 잘 돌아간 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내가 남쪽의 협상대표였고 개성공단에서 북측 협상대표들로부터 늘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추궁을 받았기 때문에 잘 안다. '김진향 선생, 왜 이 약속 안 지킵니까?'라고 북한의 협상대표가 항상 나에게 묻곤 했다. 그러다가 어떻게 되었는가. 개성공단지구법이 엄연히 있지만 전부 사문화 되어 버렸다.

123개 기업들이 돈만 벌기위해서 개성공단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가적 가치, 사회적 가치, 민족적 가치가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제도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협상을 제대로 안 한 것이 더 큰 문제이다."

- 남북관계가 조금씩 해빙되는 분위기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합의했고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있으며 금강산 관광 협상도 성사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도 일부 재개되기 시작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 이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남북관계가 온전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우리의 적대적 분단체제, 대립과 대결주의에 입각한 냉전적 대북인식을 그대로 두고 북한만 변하라고 한다면, 북한의 어떤 변화들도 그 스펙트럼 속에서 보게 된다. 그러면 계속 북한에 대한 왜곡된 인식만 쌓여갈 뿐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을 누가 주도할 것인지가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끌려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그것을 원칙있는 대북정책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화하지 않겠다는 공지에 불과하고, 남북관계를 주도해나갈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구체적인 상도 아직 없다. 신뢰프로세스는 말 그대로 절차와 과정이다. 과정은 목적이 될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 정상화가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이고, 북한이 주도하는 판에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해답은 평화공존이다. 분단 체제는 너무도 불행한 체제이다. 분단 상황 하에서 남과 북은 절대 행복해질 수 없고, 점입가경의 상황으로 몰락해 갈 수밖에 없다. 이 구조를 깨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 바로 평화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 전문은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http://peacekorea.org/zbxe/1761326)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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