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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개성공단 국제화, 5.24조치 못풀면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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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11-06 09:28 조회4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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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개성공단 국제화, 5.24조치 못풀면 그림의 떡"
[정세토크] 6자회담 재개도 우리가 나서야
지난 1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의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현안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외통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30일 감사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입주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었던 영향이었을까. 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5.24조치의 폐기 또는 수정 요구가 빗발쳐 나왔다.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 그것도 과거 친이계 의원 입에서도 "5.24조치의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원광대 총장)은 이번 국감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전 장관은 5.24조치를 풀어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시작할 수 있다며 "이런 타이밍을 놓친다면 나중에 국제관계의 변화 때문에 남북관계를 꼭 풀어야 하는 시점이 올 때 북한과 관계 개선을 이루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5.24조치의 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단의 국제화를 하려면 통행·통신·통관 등 이른바 3통이 해결되어야 하는데, 북한이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 협조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공단 내 자유로운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사용을 골자로 한 통신문제 해결은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해서 쉽게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3통을 우리 뜻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반대급부를 북한에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통이 이루어지면 많은 기업들의 신규 투자 및 기존 기업들의 추가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고, 그러면 추가 고용 창출 및 인건비 개선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북한에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5.24조치가 현재와 같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신규투자 및 추가투자는 불가능하다. 결국 5.24조치가 3통 문제 해결에 발목을 잡을 수 있고, 이것이 곧 공단의 국제화까지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 전 장관은 "5.24조치 해제가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국제화를 달성하는 입구이자 전제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0월 말 중국을 다녀온 정 전 장관은 6자회담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여러 징후를 보고 들었다며, 현재 국면에서는 우리 정부의 결심이 북핵 문제 해결에 가장 주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1일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박인규 이사장이 진행한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프레시안 : 지난 달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의원들이 개성에 다녀온 이후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보라는 권고를 했다고 합니다.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의 국제화, 정상화를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요?

정세현 : 외통위 의원들의 이번 개성공단 방문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형식은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를 국정 감사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현장을 둘러보고 입주기업 대표단도 만났기 때문입니다. 국회가 입법기관이지만, 대정부 정책질의 형식으로 정책대안을 제시하거나 수정·보완 하는 기능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원래 국회의원들이 탁상공론을 좀 많이 하는데 이번에 현장을 다녀왔으니까 앞으로 개성공단에 관한 한 현장감 있는 입법 조치나 정책대안 제시가 있겠지요.

의원들이 공단 방문을 마친 후 언론보도를 보면 여당 쪽에서는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강조하고 야당 쪽에서는 3통(통행·통신·통관)문제를 빨리 해결하라는 주문을 했더군요. 여야가 각각 다른 주문을 한 것 같지만 사실 공단의 국제화와 3통은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야가 협조하면 개성공단 국제화와 3통 문제는 한꺼번에 잘 마무리 될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북한은 원래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세현 : 북한은 개성공단을 2000년 6.15 정상선언에 입각한 민족 내부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전방 군사대치 지역이었던 2000만 평을 경제협력지대로 우리 쪽에 내준 것이죠.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해 민족 내부 경제협력을 통해 통일에 유리한 인프라를 구축해나가자는 뜻에서 남쪽에 내준 것이라고 설명해 왔습니다.

실제로 6.15 공동선언 4항에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습니다. 균형적 발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북한은 남쪽이 북쪽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북한 경제를 살려보자는 뜻으로 썼다고 봅니다. 남쪽의 기술과 자본을 가지고 북쪽의 경제를 활성화시켜 나가려는 목적으로 개성 땅을 내놓은 것이죠. 개성공단이 계획됐을 당시에 제기됐던 군부의 반발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민족 내부의 협조라는 명목으로 누른 것입니다. 북한은 민족 내부 차원의 문제로 생각하고 개성공단을 내주었는데, 우리가 그걸 자꾸 국제화하자고 하니까 원래 취지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개성공단을 처음 시작했을 때가 김대중 정부 말년, 노무현 정부 초기인데 당시 정부에서도 국제화 문제를 고민했었습니다. 국제화가 되면 북한이 통행과 같은 부문에서 자기들 멋대로 좌지우지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죠. 그래서 순수하게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기보다는 한국도 관여하는 다국적기업 정도를 끌어들일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그건 안 된다고 하면서 조금 전 위에서 언급했던 논리들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일단 국내 기업 위주로 사업을 진행시킨 것입니다.

국제화가 쉽지 않은 다른 이유가 또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대적성국교역법(ERA)'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법에 의하면 미국의 기술이 10%만 들어가 있는 기계 설비도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북한지역으로 반출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남한은 북한에 펜티엄급 컴퓨터도 주지 못했습니다.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죠. 국제화라고 하면 외국기업들이 개성공단에 고급기술도 가지고 들어가야 하는데, 미국의 '대적성국교역법'때문에도 개성공단의 국제화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물론 공단 설립 초기에 우리 남한 기업이 들어갈 때는 어렵사리 미국 상무부에 승인을 받아서 기계들이 들어갈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에 두 번 세 번 사정사정해서 승인을 받았습니다. 서글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남북경협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이렇게 고충과 애로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김정일 위원장이나 북한 당국자들은 개성공단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어요. 개성공단에 하이테크 산업은 들어오지 않고 무슨 냄비나 만들고 바느질만 한다고 말이죠. 이건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이 북한의 경쟁력이라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외국기업이 몇이나 되겠어요.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는 아마 그런 기업이 없을 겁니다. 지리적 인접성 때문에 물류비도 절감할 수 있는 우리 중소기업들한테는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이 경쟁력입니다만, 멀리 떨어져 있는 외국기업들에게는 개성공단 별 매력 없을 겁니다.

프레시안 : 그럼 지난번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했을 때 북한은 왜 공단의 국제화를 받아들인 것인가요?

정세현 :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북한이 필요로 하는 일들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일단 국제화에 합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국제화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받았을 것입니다.

프레시안 : 우리가 요구하는 개성공단의 국제화도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남북 공동 투자설명회 연기로 난관에 봉착한 것 같은데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개성공단을 국제화시키기 위한 해외투자설명회를 우리가 연기시켰으니 어느 세월에 국제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난망합니다. 북한이 국제화를 기꺼이 받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우리 쪽에서 먼저 국제화를 하자고 했으면 해외투자설명회도 우리가 먼저 판을 벌이면서 북한을 끌고 다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투자설명회를 먼저 연기해버리면 국제화 합의를 이행하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맥락을 알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국제화라는 것이 남북이 합의한 사항이고, 그렇기 때문에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도만 알고 이야기 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관련한 투자설명회가 중단된 상태에서는 공허하게 국제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되죠. 국회는 정부를 제대로 감시하고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후 맥락을 잘 알고 있어야죠. 여당이 제대로 여당 노릇을 하려면 현 상황이 어디까지 와있는 것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이왕 개성공단의 국제화에 합의한만큼,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추진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나 조건은 없습니까?

정세현 : 국제화를 하려면 일단 외국 기업이 들어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3통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외국 기업이 자유롭게 통행하고 본사와 자유롭게 통신해야 할 뿐만 아니라, 원부자재를 갖고 들어갈 때나 완제품을 갖고 나올 때 쉽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합니다.

통행 통신 통관, 3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으로 하여금 "3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합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3통 문제를 해결해주면 자기들에게 이득이 돌아올 수 있다는 비전을 정부가 북한에 보여줘야 합니다. 정부가 현재 있는 123개의 기업들 외에 추가로 개성 진출을 못하도록 막아 놓고, 또 기존 기업의 추가 투자마저 허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3통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까 북한이 협조를 안 하는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는 별다른 이득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통신의 자유화가 북한 체제에 미치는 여러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보장책 마련이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공단에 허용하면 남한 기업들한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얘기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공단 내 남쪽 기업과 관계자들에게만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공단 내 노동자들이나 개성공단 이북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의 부작용이 파급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죠. 북한이 이렇게까지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두려움을 능가할 수 있는 이득과 보상이 북한에 주어져야 북한이 3통 문제 해결에 나설 것입니다. 북한이 체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감수하고서라도 받아낼 수 있는 반대급부가 크면 3통 문제 해결도 가능할 것입니다. 당위론적으로만 접근해서는 3통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면 이런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투자하라고 해놓고 3통도 보장 안 해주면 어떻게 하냐고. 그런데 이는 남북관계의 현실, 그리고 북한이 갖고 있는 남한에 대한 방어적인 심리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은 개방을 하다 보면 자유주의 바람이 들어올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시장경제가 완전히 판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자본주의의 돈만 들어오고 풍조는 들어오지 말라는 이른바 '모기장 이론'을 견지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90년대 초반 나진·선봉 개발을 추진하던 시절 이야기이니까 지금은 좀 달라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김정은 시대에도 3통, 특히 통신에 관한 한 방어적인 입장은 김정일 시대와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북한의 이러한 피해의식 혹은 북한 체제에 미칠 위해요소를 걱정하는 심리를 감안할 때 북한이 통신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려면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반대급부라는 건 다름 아닙니다. '3통이 되면 기업이 많이 들어간다', '북한 노동자들의 고용이 확 늘어난다', '인건비 형식으로 외화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들어온다'는 전망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비전이 서게 되면 북한도 이것 때문에라도 통신에 대비하는 대책을 세우고 3통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우선적인 과제가 있습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나온 5.24조치로 해제하지 않으면 개성공단의 국제화도 3통 문제 해결도 안되기 때문에 이걸 해제해야 합니다. 만약 개성공단을 다녀온 국회의원들이 합심해서 개성공단을 활성화하자는 법안이나 결의안을 만들려고 한다면 일단 5.24조치 해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것이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국제화를 달성하는 입구이자 전제조건입니다. 5.24조치 문제를 비켜가면서 국제화하려고 해봐야 되지 않을 겁니다. 물론 3통 문제도 한 발짝도 못 나갈 겁니다.

5.24조치, 해제든 수정이든 빨리 조정해야

프레시안 : 11월 1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조차도 개성공단 3통 문제와 금강산 관광 회담 등에 정부가 왜 적극적이지 않느냐는 질타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합니다. 특히 5.24조치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들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이 국제화되려면 5.24조치 해제가 필요하나 현재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정세현 : 장관이 그렇게 답변했다면 당분간은 좀 어렵겠지만 결국에는 5.24조치 해제로 가는 길밖에 없다는 걸 인정한 걸로 보입니다. 현재 당-정간에 어느 정도 협력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여당 의원들이 그 정도까지 나오면 정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여당이 멍석을 깔아주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었습니다. 여당 의원들이 그런 쪽으로 정부를 독촉하면 정부도 못 이기는 척하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원하는 국제화는 3통 문제가 풀려야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3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어떻게 외국 기업들이 와서 투자를 하겠습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에 "투자 유치로 너희들 경제 활성화시키고 싶으면 기반을 조성해라"라고 말하겠지만 북한이 거기까지 생각이 이미 미쳤으면 우리가 문제 제기하기 전에 먼저 해결했을 겁니다. 북한은 생각이 그렇게 앞서 가지도 않고 또 행동이 민첩하지도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 정부의 태도입니다. 북한이 중국 베이징에서 11월 6일부터 대규모 투자 설명회를 연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한국인의 참여를 사실상 불허했다고 하더군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공단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북한 당국이 하는 이야기도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 기업을 개성공단에 끌어들여야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외국 기업들에게 북한이 무엇을 어떻게 설명하는 지 알아두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 기업들도 뭘 좀 알아야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가든 다국적기업을 만들든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거고, 개성공단 국제화에도 제3국에 대한 북한의 투자유치 정책은 필수 요건입니다.

프레시안 : 통일부 국정감사를 보니 의회 차원에서는 5.24조치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하려는 것 같은데 정부는 입장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도 5.24조치가 걸려있는 건가요?

정세현 : 5.24조치가 풀려야 금강산 관광도 재개할 수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게 되면 신규투자가 불가피해질 겁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이후 5년 4개월 동안 중단됐습니다. 지금 당장 관광을 재개 하면 그 시설을 바로 쓸 수 있겠습니까? 분명 개·보수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를 진행하려면 현대아산을 비롯해 시설 주인들이 정부의 투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북 신규투자를 금지하는 5.24조치가 있으면 이러한 승인을 받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 :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5.24조치가 풀려야 한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5.24조치가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것 아닙니까. 천안함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을까요?

정세현 :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은 현실적으로 시간이 한 참 흘러야 가능해질 겁니다. 우리는 분명히 북한의 소행이라고 보는데 북한이 자신들이 한 일이 절대로 아니라고 했던 사건이 천안함 외에도 꽤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987년 말 대선작전의 KAL기 폭파사건인데요. 이 사건은 명명백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북한이 자기들 소행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 때문에 남북관계가 막혔던 적은 없습니다. 노태우 정부 들어오면서 1988년 7월 7일, 7.7 선언을 통해 대 중‧소 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상 KAL기 폭파 사건에 대한 면죄부를 준 셈이 됐습니다. 이후에는 남북관계를 잘 발전시키기 위해 총리급 회담도 성사시켰고 남북기본합의서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또 하나의 사례가 1983년 10월 9일 '랑군사건'입니다. 당시 버마 당국이 범행 용의자를 바로 체포했고 오랜 재판과정 끝에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지만, 당시 북한은 남한의 자작‧자연극(自作‧自演劇)이라고 억지를 부렸었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17명의 외교사절이 폭사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도 하마터면 시해당할 뻔했죠. 그런데 바로 그 이듬해 4월에 북한이 LA 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위한 체육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전두환 정부가 이 회담을 받으면서 사건에 대한 책임논쟁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군사정권이고 대북강경파였던 전두환 정부도 사건 반년 만에 면죄부를 주면서 보다 큰 국가이익을 위해서 남북관계를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5.24조치는 이명박 정부 때 나온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밝혀질 것이기 때문에, 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 놓은 5.24조치부터 풀어야 합니다. 대선 때부터 내놓은 대북정책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해나가기 위해서도 5.24조치를 풀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해놓은 것에 박근혜 정부가 왜 구속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과거 전두환 정부는 같은 정권 내에서도 풀었고 후계자처럼 정권을 계승했던 전두환-노태우 정부 사이에서도 풀어버렸는데, 이명박 정부를 계승한 것도 아닌 현 정부가 5.24조치에 왜 그렇게 구애를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에서 몇몇 MB계 여당 의원들이 5.24조치와 관련해서 유연한 접근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는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 문제를 천안함 사건과 연결시키지 말고 진행하자는 신호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5.24조치 풀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5.24조치 해제 및 수정 이야기가 많이 나온 이런 상황을 정부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만약 이런 타이밍을 놓친다면 나중에 국제관계의 변화 때문에 남북관계를 꼭 풀어야 하는 시점이 올 때 북한과 관계 개선을 이루기가 힘들어집니다.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은?

프레시안 : 중국 외교부의 한반도문제 특별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가 미국을 방문하고 왔습니다. 6자회담 재개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는데,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정세현 : 우다웨이가 실없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미국에서 그동안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는데 여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중국이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우다웨이가 꼭 평양을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간접적으로 조율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북한이 요란하지 않게 중국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25일부터 30일까지 제가 학교 일로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당시 베이징에서 북·중 관계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다들 6자회담이 임박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10월 29일 북한 외무성 김형준 중국담당 부상이 중국에 들어갔습니다. 이를 두고도 6자회담이 임박했다는 징조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편, 10월 30일 자 <뉴욕타임스>에는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로버트 갈루치 클린턴 정부시절 국무부 차관보의 공동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오바마 정부가 6자회담 재개 방향으로 정책을 틀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보즈워스나 갈루치가 당위론적 차원에서 쓴 것이 아니라 뭔가 움직임이 있으니까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 다 국무부 출신이니까 6자회담 관련 최근 동향이라든가 상황 정보를 입수하고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기고를 했다고 봅니다.

대북 협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들 협상파들이 기고문의 형식으로 나서는 것이 미국 정부가 6자회담 쪽으로 가도록 여론을 몰아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본인들의 이름으로, 그리고 인터뷰도 아닌 기고를 했다는 것은 이들이 의지를 갖고 정부에 제언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미국 정부가 6자회담 재개 쪽으로 가도록 멍석을 깔아줬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기고문을 보고 보즈워스한테 전화한 기자도 있다고 합니다. 보즈워스가 전화를 걸어온 기자들에게 6자회담이 곧 열릴 것이라는 코멘트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런데 북한이 그 다음 날인 10월 31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6자회담에 절대 먼저 나서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북한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야기한 '불량국가론'을 트집 잡았습니다. 이를 평면적으로 해석하면 북한이 케리의 발언에 기분이 나빠져서 회담에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6자회담에 나서기 위해 마지막 기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더 큰 것을 보장받기 위한 일종의 흥정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요.

문제는 우리 정부입니다. 미국은 줄기차게 주장했던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선제적 조치에 약간의 여유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100% 수용하지 않더라도, 90% 정도만 수용해도 미국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우다웨이가 자신 있어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 정부가 미국이 요구한 것 그대로인 100%를 북한에 요구한다면 미국도 움직이지 못합니다. 우리가 미국이 제시한 이른바 '원칙론'에 입각해서 '2.29 플러스 알파'를 북한이 확실하게 이행하고 그것도 선제적 조치부터 하지 않으면 한국은 6자회담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도 6자회담에 나서지 못합니다.

요즘 미국은 예전과 다릅니다. 예전에 클린턴 정부는 한국정부가 말려도 자기들 필요에 의해 북한과 대화하거나 협상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90년대 초 클린턴 정부 때는 북핵문제가 미국의 동북아정책에서 가장 우선순위였지만, 중국이 G2가 된 현재 오바마 정부의 동북아정책에서는 중국 견제 쪽에 비중이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시리아, 이란 문제들 때문에 미국이 동아시아 정책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려는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6자회담에 가자고 하지 않으면 미국은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핵문제는 우리 정부하기 나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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