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민간교류' 신호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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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2-22 09:15 조회1,094회 댓글0건본문
<2009년 송년특집 ④> 표류하는 민간교류, 2010년 기로에
2009년 12월 21일 (월) 21:15:32 박현범 기자 cooldog893@tongilnews.com
21세기의 첫 10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2009년 올해는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일말의 변화, 나아가 결정적인 변화가 오지 않을까하고 기대했던 한 해였습니다. 북미관계 변화의 시동이 뒤늦게 12월 초순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방문으로 걸렸지만 아직 그 크기와 범위를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 남북관계는 작년에 이어 화해교류가 어느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마저 정부당국의 영향을 받아 6.15공동선언 이후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했습니다. 통일뉴스는 <2009년 송년특집>으로 ①북.미관계 ②북한내부 ③남북관계 ④민간교류 ⑤경제협력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 2년차였던 2009년은 민간단체들의 대북 교류사업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해다. 정권 출범 초기, 남북관계 악화의 여파와는 별개로 민간에 대한 현 정부의 '새로운 정책적 틀'이 짜여지면서 민간교류의 침체는 심화됐다.
올해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이뤄져 온 민간교류 방식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표출됐고, 민간단체에 무리한 개입을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화해.협력정책을 동력으로 사업을 확대.발전시켜 오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부침을 겪기 시작한 민간단체들은 2010년 '고착화 한 장벽'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곧 올해 확인된 정부의 대북 민간교류 방침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바닥 친 민간교류
2000년 6.15공동선언 발표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계속 증가해 온 민간교류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감소세로 돌아서더니 급기야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민간 기금지원액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 본격화 한 2000년 이후 최저치인 53억이다. 정부의 물품반출 제한으로 인천항에 묶여 있는 것만 25억원(10월), 반출이 거부된 물품은 총 81억원 달했다.
방북제한도 올해 가장 심했다. 정부 통계상 올해 공식적인 방북 '불허' 건수는 27건이지만, '사실상 불허'로 판단되는 '철회' 건수는 484건이다. 불허와 철회를 합한 건수로 보면, 지난 두 정부 10년 동안(271건)의 두 배가량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해 110건 보다도 다섯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이같은 여파로 민간단체들의 모금과 후원 등을 통한 대북 지원도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이후 최저치인 354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의 909억원에 1/3 정도이고, 이명박 정부 첫 해인 지난해(725억)에 비해서도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하는 총 56개 단체로 이뤄진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에 따르면, 지난 정부 때 매년 늘어왔던 신규 단체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년 연속 단 한 곳도 없다.
이같은 현황은 남북 당국간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은 탓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전례 삼아 낙관하기는 섣부르다.
올해 인도적 지원 단체들의 물품 반출과 방북이 꽁꽁 묶인 표면적 이유는 북한의 4, 5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있지만, 이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계속되면서 정부의 '근본적 인식'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불신과 불만으로 민간단체 자율성 침해... 이념적 잣대까지
"지난 10년간 (대북지원) 방법상 차이로 우리도 헷갈린다." "우리 NGO들이 중국 심양에 가면 A는 쌀, B는 옥수수하는 식으로 북한 민화협이 지원품목을 나눠준다. 이게 이야기가 되는 건가, 꼭 필요한 것을 줘야하는데."(12.1 정부 고위당국자)
정부의 이같은 '불만'으로 인도적 지원 단체들이 매년 차년도 사업을 세우기 위해 연말연초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과 해 온 실무접촉이 이달 초 무산됐다.
정부는 '정부차원에서 내년도 대북인도적 사업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단체들이 집단적으로 내년도 사업 협의를 계획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고, 이에 따라 이미 실무접촉 계획이 있었던 단체들도 내년도 사업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돌아왔다.
지난 10년간 진행돼 온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 방식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민간교류의 자율성에 규제를 가한 것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북지원창구 다원화 조치로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제가 도입돼 독자적 창구를 통해 지원사업을 벌여, 대북지원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에도 적잖은 역할을 해 온 민간단체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표류하고 있는 단면이다.
정부가 민간교류에 직접 개입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문화교류 쪽에선 '묻지마'식 '선별배제' 방침으로 좀 더 노골적인 간섭을 했다.
정부는 올 3월(평양, 6.15민족공동위원장 회의), 9월(중국 선양,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실무접촉, 무산), 12월(선양 6.15공동위 회의) 세 차례에 걸쳐 6.15남측위 대표단 중 한국진보연대 소속 인사들만 '선별배제'했다. "현 남북관계 상황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저해 우려"라는 이유지만, 지난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 첫 해에도 평양과 개성을 오갔던 이들이다.
진보연대 인사들뿐만 아니라 6.15남측위 산하 농민.청년학생.학술본부 소속 인사들도 8월에 추진한 개별 실무접촉은 물론 9월 6.15남측위 차원의 실무접촉 때도 배제시켰다. 특정인사만 콕 찍어 "**은 안 된다고 하더라", "정부가 쌀 지원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농이 '통일쌀'을 지원하는 게 탐탁찮은 것 같다"는 말도 들린다.
제3국에서의 실무접촉에까지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 반증하듯, 올해 사회문화 분야 단체들은 아예 방북이나 공동행사를 할 엄두도 못 낸 형편이다.
2001년 이후 해마다 6.15공동선언 기념일과 8.15광복절을 맞이해 남북해외 민간단체들이 공동행사를 열고 공동문건을 발표해 오던 전통이 올해 깨진 것은 이명박 정부 2년차의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남북해외 공동행사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따로라도 개최해 왔던 '8.15민족통일대회'는 올해 처음으로 남측에서 열리지 않았다. 북측에 큰물 피해가 나 공동행사가 무산됐던 2006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빼놓지 않았던 공동문건도 발표되지 않았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한 번의 '불허'를 겪고 난 뒤 대표단 방북이 성사됐지만, 올해에는 실무접촉(개성)조차도 정부의 '수리' 거부로 불발됐다. 정당 차원의 실무접촉이 불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개최된 방북행사는 총 네 차례로 남북 유소년 축구교류, 평양과기대 준공식, 금강산 신계사 낙성 2주년 남북공동법회,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 등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불허조치들에는 구체적 설명이 뒤따르지 않는데다, 단체.인물별로 제각각이어서 형평성과 일관성을 잃은 '무분별한 개입'이라는 비판이 많다.
지난 9월 <통일뉴스>가 대북 교류 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면 설문조사에서 조사에 응한 34개 단체 모두가 통일부의 승인 제한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으며, 형평성에 맞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인도적 대북지원의 근본적 변화?
지난 10일, 총 17개 민간단체와 농축산 학계 및 전문가 31명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식량과 의약품만이 인도적 지원 품목이 될 수 없으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인 농업, 축산, 산림 복구로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올해 인도적 지원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순수 인도적 지원으로 식량과 영유아, 의약품 등 긴급구호성으로 반출품목을 한정해 농축산 분야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데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 두 차례에 걸쳐 15개 단체에 한해 이뤄진 남북협력기금 지원도 긴급구호성에 한정됐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의 결과로 나타난 올해 민간차원의 북녘 농사 '흉작'은 내년까지 이어질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올해 방침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개성공단 직원 억류 사건 등에 따른 "신변안전"을 이유로 한 후속조치였지만, 이것이 아예 인도적 지원의 틀로 제도화 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내년도 대북 인도적 지원 방향을 정하기 위해 관계부처, 전문가 등과 벌이는 협의에선 △지원대상-영유아, 임산부, 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역-평양 이외의 지역 △품목-영양식, 의약품 등 긴급구호 등으로 한정하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한 불만을 막기 위해 아예 규정을 바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행 '인도적차원의 대북지원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은 △이재민의 구호와 피해복구 지원 사업 △농업개발 지원사업 △보건위생 상태 개선 및 영양결핍 아동.노약자 등 지원사업 △산림복구 및 환경보전 지원사업 △기타 통일부장관이 인정하는 사업 등 다섯 가지이지만, 이중 농업개발과 산림복구 및 환경보전 지원 사업을 규정에서 삭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건위생 상태 개선 및 영양결핍 아동.노약자 지원사업의 경우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병원 현대화와 의료장비 등의 지원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현재까지 공정률이 상당히 진척된 병원 개.보수 사업은 '어쩔 수 없이' 마무리 짓게 하겠지만, 신규사업에는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한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 관계자는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 문제가 촉발시키기는 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렇게 갔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바라보는 인도지원에 대한 시각과 태도가 그렇다. 2008년은 조정.모색기였고 올해는 정부와 민간의 인식차이가 분명히 드러난 한 해"라고 말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올해 방침이 내년에도 고착화 해 '긴급구호'로만 한정되는 것은 남북관계 경색여파에 따른 '일시적 제한조치'를 넘어선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이 제정된 1999년 이후 김대중-노무현 체제에서의 '근본적 변화'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는 일회성 긴급구호에서 인도주의 문제의 '근본적 처방'을 위한 개발구호로의 전환을 꾀해 온 종전의 패러다임에 역주행 하는 것이다.
그간 민간단체들은 1995년 처음 직접적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이 시작된 이래 식량, 생활필수품 등 일회성 긴급구호에서 병원 현대화, 농업 기술지원 등 개발구호로 전환.확대 해 왔다. 하지만 올해와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반복될 경우 이같은 노력들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긴급구호로 '협소화' 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과도 어긋난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통일을 준비하는 농업정책 수립'의 일환으로 북한의 식량난 해소 및 농업발전을 위해 대북 농업복구 및 개발지원 사업 추진과 농업기술 및 인력.종자교류 활성화, 남북농업협력지원센터 설치 등을 공약했다.
전문가들 역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긴급구호에서 개발구호 및 개발지원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해 왔다.
북한인권대사를 맡고 있는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그간 긴급구호 차원의 식량지원이 1995년부터 시작해서 2007년까지 만 12년간 계속 진행돼 왔다. 긴급구호라는 말이 무색해 진 것이다"며 "이제는 북한의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개발구호 및 지원, 시설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2010년, 기로에 선 민간교류
지난 13일 한국진보연대 홈페이지에는 이강실 상임대표가 쓴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정부가 6.15남측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 상임대표와 진보연대 소속 등 총 8명을 6.15민족공동위 회의 참석에서 배제시킨 것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회의가 열리는 중국 선양행을 강행하면서 올린 글이다.
그는 "아마도 어떤 분들은 정부당국의 조치가 부당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거부할 경우 진보연대와 6.15남측위원회에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인내하자고 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당국의 반통일적이 부당한 행위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데 민간통일운동이 정부가 그어놓은 선 안에서만 머무른다고 한다면 지금과 같은 민족사의 중대한 고비에서 그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잇따른 선별배제 조치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6.15남측위는 선양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이 상임대표의 회의 참석 강행과 관련, 정부의 제재조치가 있을 경우 조직적 차원에서 대응키로 했다.
6.15남측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석태 변호사가 중심이 돼 이 상임대표 건은 물론 선별배제 조치에 대해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에 따라 헌법소원 검토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9월 실무접촉 배제와 관련해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차원에서 민사소송이 준비되고 있다.
올해 정부와 인도적 지원에 대한 현격한 입장차를 확인한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도 내년 대응방안을 모색하는데 분주하다. 북민협은 지난 18일 워크숍을 열어, 올해 정부정책을 평가하고 향후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머리를 맞댔다.
북민협 구성 단체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한 만큼 향후 정부에 대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우리는 변화와 선택의 기로에 다다른 것"이라는 인식에선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올해까지는 정권 초기 남북관계 악화 여파로 어쩔 수 없지만, 북.미관계 호전 등 한반도 정세에 맞춰 민간교류가 다시 정상화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임기 중반에 접어드는 이명박 정부가 민간단체에 보내는 신호는 '정상화' 보다 '근본적 변화'를 향하는 듯 하다. 민간교류가 기로에 섰다.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2009년 12월 21일 (월) 21:15:32 박현범 기자 cooldog893@tongilnews.com
21세기의 첫 10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2009년 올해는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일말의 변화, 나아가 결정적인 변화가 오지 않을까하고 기대했던 한 해였습니다. 북미관계 변화의 시동이 뒤늦게 12월 초순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방문으로 걸렸지만 아직 그 크기와 범위를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 남북관계는 작년에 이어 화해교류가 어느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마저 정부당국의 영향을 받아 6.15공동선언 이후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했습니다. 통일뉴스는 <2009년 송년특집>으로 ①북.미관계 ②북한내부 ③남북관계 ④민간교류 ⑤경제협력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 2년차였던 2009년은 민간단체들의 대북 교류사업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해다. 정권 출범 초기, 남북관계 악화의 여파와는 별개로 민간에 대한 현 정부의 '새로운 정책적 틀'이 짜여지면서 민간교류의 침체는 심화됐다.
올해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이뤄져 온 민간교류 방식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표출됐고, 민간단체에 무리한 개입을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화해.협력정책을 동력으로 사업을 확대.발전시켜 오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부침을 겪기 시작한 민간단체들은 2010년 '고착화 한 장벽'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곧 올해 확인된 정부의 대북 민간교류 방침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바닥 친 민간교류
2000년 6.15공동선언 발표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계속 증가해 온 민간교류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감소세로 돌아서더니 급기야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민간 기금지원액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 본격화 한 2000년 이후 최저치인 53억이다. 정부의 물품반출 제한으로 인천항에 묶여 있는 것만 25억원(10월), 반출이 거부된 물품은 총 81억원 달했다.
방북제한도 올해 가장 심했다. 정부 통계상 올해 공식적인 방북 '불허' 건수는 27건이지만, '사실상 불허'로 판단되는 '철회' 건수는 484건이다. 불허와 철회를 합한 건수로 보면, 지난 두 정부 10년 동안(271건)의 두 배가량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해 110건 보다도 다섯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이같은 여파로 민간단체들의 모금과 후원 등을 통한 대북 지원도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이후 최저치인 354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의 909억원에 1/3 정도이고, 이명박 정부 첫 해인 지난해(725억)에 비해서도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하는 총 56개 단체로 이뤄진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에 따르면, 지난 정부 때 매년 늘어왔던 신규 단체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년 연속 단 한 곳도 없다.
이같은 현황은 남북 당국간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은 탓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전례 삼아 낙관하기는 섣부르다.
올해 인도적 지원 단체들의 물품 반출과 방북이 꽁꽁 묶인 표면적 이유는 북한의 4, 5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있지만, 이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계속되면서 정부의 '근본적 인식'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불신과 불만으로 민간단체 자율성 침해... 이념적 잣대까지
"지난 10년간 (대북지원) 방법상 차이로 우리도 헷갈린다." "우리 NGO들이 중국 심양에 가면 A는 쌀, B는 옥수수하는 식으로 북한 민화협이 지원품목을 나눠준다. 이게 이야기가 되는 건가, 꼭 필요한 것을 줘야하는데."(12.1 정부 고위당국자)
정부의 이같은 '불만'으로 인도적 지원 단체들이 매년 차년도 사업을 세우기 위해 연말연초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과 해 온 실무접촉이 이달 초 무산됐다.
정부는 '정부차원에서 내년도 대북인도적 사업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단체들이 집단적으로 내년도 사업 협의를 계획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고, 이에 따라 이미 실무접촉 계획이 있었던 단체들도 내년도 사업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돌아왔다.
지난 10년간 진행돼 온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 방식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민간교류의 자율성에 규제를 가한 것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북지원창구 다원화 조치로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제가 도입돼 독자적 창구를 통해 지원사업을 벌여, 대북지원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에도 적잖은 역할을 해 온 민간단체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표류하고 있는 단면이다.
정부가 민간교류에 직접 개입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문화교류 쪽에선 '묻지마'식 '선별배제' 방침으로 좀 더 노골적인 간섭을 했다.
정부는 올 3월(평양, 6.15민족공동위원장 회의), 9월(중국 선양,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실무접촉, 무산), 12월(선양 6.15공동위 회의) 세 차례에 걸쳐 6.15남측위 대표단 중 한국진보연대 소속 인사들만 '선별배제'했다. "현 남북관계 상황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저해 우려"라는 이유지만, 지난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 첫 해에도 평양과 개성을 오갔던 이들이다.
진보연대 인사들뿐만 아니라 6.15남측위 산하 농민.청년학생.학술본부 소속 인사들도 8월에 추진한 개별 실무접촉은 물론 9월 6.15남측위 차원의 실무접촉 때도 배제시켰다. 특정인사만 콕 찍어 "**은 안 된다고 하더라", "정부가 쌀 지원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농이 '통일쌀'을 지원하는 게 탐탁찮은 것 같다"는 말도 들린다.
제3국에서의 실무접촉에까지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 반증하듯, 올해 사회문화 분야 단체들은 아예 방북이나 공동행사를 할 엄두도 못 낸 형편이다.
2001년 이후 해마다 6.15공동선언 기념일과 8.15광복절을 맞이해 남북해외 민간단체들이 공동행사를 열고 공동문건을 발표해 오던 전통이 올해 깨진 것은 이명박 정부 2년차의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남북해외 공동행사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따로라도 개최해 왔던 '8.15민족통일대회'는 올해 처음으로 남측에서 열리지 않았다. 북측에 큰물 피해가 나 공동행사가 무산됐던 2006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빼놓지 않았던 공동문건도 발표되지 않았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한 번의 '불허'를 겪고 난 뒤 대표단 방북이 성사됐지만, 올해에는 실무접촉(개성)조차도 정부의 '수리' 거부로 불발됐다. 정당 차원의 실무접촉이 불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개최된 방북행사는 총 네 차례로 남북 유소년 축구교류, 평양과기대 준공식, 금강산 신계사 낙성 2주년 남북공동법회,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 등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불허조치들에는 구체적 설명이 뒤따르지 않는데다, 단체.인물별로 제각각이어서 형평성과 일관성을 잃은 '무분별한 개입'이라는 비판이 많다.
지난 9월 <통일뉴스>가 대북 교류 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면 설문조사에서 조사에 응한 34개 단체 모두가 통일부의 승인 제한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으며, 형평성에 맞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인도적 대북지원의 근본적 변화?
지난 10일, 총 17개 민간단체와 농축산 학계 및 전문가 31명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식량과 의약품만이 인도적 지원 품목이 될 수 없으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인 농업, 축산, 산림 복구로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올해 인도적 지원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순수 인도적 지원으로 식량과 영유아, 의약품 등 긴급구호성으로 반출품목을 한정해 농축산 분야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데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 두 차례에 걸쳐 15개 단체에 한해 이뤄진 남북협력기금 지원도 긴급구호성에 한정됐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의 결과로 나타난 올해 민간차원의 북녘 농사 '흉작'은 내년까지 이어질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올해 방침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개성공단 직원 억류 사건 등에 따른 "신변안전"을 이유로 한 후속조치였지만, 이것이 아예 인도적 지원의 틀로 제도화 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내년도 대북 인도적 지원 방향을 정하기 위해 관계부처, 전문가 등과 벌이는 협의에선 △지원대상-영유아, 임산부, 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역-평양 이외의 지역 △품목-영양식, 의약품 등 긴급구호 등으로 한정하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한 불만을 막기 위해 아예 규정을 바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행 '인도적차원의 대북지원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은 △이재민의 구호와 피해복구 지원 사업 △농업개발 지원사업 △보건위생 상태 개선 및 영양결핍 아동.노약자 등 지원사업 △산림복구 및 환경보전 지원사업 △기타 통일부장관이 인정하는 사업 등 다섯 가지이지만, 이중 농업개발과 산림복구 및 환경보전 지원 사업을 규정에서 삭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건위생 상태 개선 및 영양결핍 아동.노약자 지원사업의 경우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병원 현대화와 의료장비 등의 지원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현재까지 공정률이 상당히 진척된 병원 개.보수 사업은 '어쩔 수 없이' 마무리 짓게 하겠지만, 신규사업에는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한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 관계자는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 문제가 촉발시키기는 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렇게 갔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바라보는 인도지원에 대한 시각과 태도가 그렇다. 2008년은 조정.모색기였고 올해는 정부와 민간의 인식차이가 분명히 드러난 한 해"라고 말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올해 방침이 내년에도 고착화 해 '긴급구호'로만 한정되는 것은 남북관계 경색여파에 따른 '일시적 제한조치'를 넘어선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이 제정된 1999년 이후 김대중-노무현 체제에서의 '근본적 변화'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는 일회성 긴급구호에서 인도주의 문제의 '근본적 처방'을 위한 개발구호로의 전환을 꾀해 온 종전의 패러다임에 역주행 하는 것이다.
그간 민간단체들은 1995년 처음 직접적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이 시작된 이래 식량, 생활필수품 등 일회성 긴급구호에서 병원 현대화, 농업 기술지원 등 개발구호로 전환.확대 해 왔다. 하지만 올해와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반복될 경우 이같은 노력들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긴급구호로 '협소화' 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과도 어긋난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통일을 준비하는 농업정책 수립'의 일환으로 북한의 식량난 해소 및 농업발전을 위해 대북 농업복구 및 개발지원 사업 추진과 농업기술 및 인력.종자교류 활성화, 남북농업협력지원센터 설치 등을 공약했다.
전문가들 역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긴급구호에서 개발구호 및 개발지원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해 왔다.
북한인권대사를 맡고 있는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그간 긴급구호 차원의 식량지원이 1995년부터 시작해서 2007년까지 만 12년간 계속 진행돼 왔다. 긴급구호라는 말이 무색해 진 것이다"며 "이제는 북한의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개발구호 및 지원, 시설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2010년, 기로에 선 민간교류
지난 13일 한국진보연대 홈페이지에는 이강실 상임대표가 쓴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정부가 6.15남측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 상임대표와 진보연대 소속 등 총 8명을 6.15민족공동위 회의 참석에서 배제시킨 것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회의가 열리는 중국 선양행을 강행하면서 올린 글이다.
그는 "아마도 어떤 분들은 정부당국의 조치가 부당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거부할 경우 진보연대와 6.15남측위원회에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인내하자고 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당국의 반통일적이 부당한 행위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데 민간통일운동이 정부가 그어놓은 선 안에서만 머무른다고 한다면 지금과 같은 민족사의 중대한 고비에서 그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잇따른 선별배제 조치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6.15남측위는 선양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이 상임대표의 회의 참석 강행과 관련, 정부의 제재조치가 있을 경우 조직적 차원에서 대응키로 했다.
6.15남측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석태 변호사가 중심이 돼 이 상임대표 건은 물론 선별배제 조치에 대해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에 따라 헌법소원 검토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9월 실무접촉 배제와 관련해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차원에서 민사소송이 준비되고 있다.
올해 정부와 인도적 지원에 대한 현격한 입장차를 확인한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도 내년 대응방안을 모색하는데 분주하다. 북민협은 지난 18일 워크숍을 열어, 올해 정부정책을 평가하고 향후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머리를 맞댔다.
북민협 구성 단체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한 만큼 향후 정부에 대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우리는 변화와 선택의 기로에 다다른 것"이라는 인식에선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올해까지는 정권 초기 남북관계 악화 여파로 어쩔 수 없지만, 북.미관계 호전 등 한반도 정세에 맞춰 민간교류가 다시 정상화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임기 중반에 접어드는 이명박 정부가 민간단체에 보내는 신호는 '정상화' 보다 '근본적 변화'를 향하는 듯 하다. 민간교류가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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