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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는 '통일세' 논의, 후퇴하는 '통일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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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8-25 09:08 조회1,1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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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여론 속에 일부 수정...금주 내 통일재원 논의 방안 마련 
 
 2010년 08월 24일 (화) 18:04:35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밝힌 '통일세' 논의와 '통일 구상'이 여론의 비판에 부침을 겪고 있다. 정부는 내용적인 면에서 다소 물러나는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통일세 등 통일재원 논의에 대해 속도를 내고 있다.

통일부 '통일세 추진 TF' 구성... 금주 내 통일재원 논의 방안 마련

통일세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당장 돈을 걷자는 게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미 '통일세 추진단 TF'를 구성해 통일세 논의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통일세 추진단'은 통일부 엄종식 차관과 각 부서 실.국장 간부 등 1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일 첫 회의를 갖고 유관부처 및 학계, 정계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특히 '통일세 추진단'은 금주 내로 민간단체 공론화 추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통일재원 관련 정부안 마련 시기에 대해 "이것을 마냥 늘어뜨려서 갈 수는 없기 때문에 되도록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논의를 진행시켜서 가급적 빠른 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적극 추진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통일부가 통일세 논의를 빠르게 추진하는 것은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실행해서 공식화 시키려는 현 정부의 분위기 탓도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는 통일세 논의가 북한의 급변사태라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만큼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그동안 남북협력기금을 잘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지, 통일세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논리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진보진영에서 통일세 논의에 참가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의도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며 "발상의 출발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현재는 남북관계 개선 차원에서 협력기금 확대 논의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통일재원 마련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에도 제기됐던 사안인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경제안보 전문가는 "참여정부가 이 문제를 꺼냈다면 보수신문이 퍼주기라고 반발이 컸을 것이기 때문에 보수정권에서 이를 제기해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며 "통일세, 통일재원이라고 하면 현 정권의 논리에 말릴 수 있지만 남북관계 발전 및 통일 대비 재원 마련이라는 측면으로 이끌어 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통일 이후에 사용하는 재원으로 규정하면 '급변사태' 논란에 빠질 수 있지만, 통일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에 필요한 재원으로 규정하면 남북관계 개선.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3대 공동체 통일 구상'으로 명명... 평화-경제공동체 병행
'단계' 성격 약해지고, '통일 방안'에서 '통일 구상'으로 격하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 통일 구상은 선비핵화를 내세워 경제협력을 막고 있으며,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에서 제시된 '연합제'를 거부하고 '흡수통일'을 전제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명박 정부는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하고 있으며, 이번에 제안한 이명박 정부의 통일 구상은 현실에 맞춰 정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같은 비난이 거세지자 정부는 이에 대한 이름을 '3대 공동체 통일 구상'으로 정리했다. 당초 설명했던 것과 달리 '단계'의 의미를 없애고, '방안'과 '구상'이 혼용되던 것을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한 단계 낮은 '구상'으로 정리한 것이다.

특히 평화공동체와 경제공동체도 중첩돼서 진행된다고 물러섰다. 현인택 장관은 24일 한 학술회의 축사에서 "평화, 경제공동체는 단계적 선후관계가 아니라 기능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상호중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선비핵화'라는 이명박 정부의 원칙은 굽히지 않았다. 현 장관도 이날 축사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의 출발점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라고 했다.

따라서 북한이 9.19공동성명, 2.13 합의를 복원하고 북한이 핵포기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 남북 간 경제협력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이명박 정부는 단계적으로 비핵화가 전제되어야한다는 인식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제협력이 북한의 핵개발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 때문에 경제 협력을 통해서 비핵화 환경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흥적인 정책결정.. 장기적 전략보다 '국내 정치 효과'에 치중

당초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와 통일구상을 제안한 배경은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전략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현 정부의 대북인식과 국내 정치적 효과를 고려한 단기적인 판단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북한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같은 정부의 대북 인식 때문에 서둘러 '통일세' 논의를 끄집어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김정일 위원장 건강문제, 후계구도 등에 대해 정부가 상당히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이에 대해 확실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단순히 여론을 환기하는 차원을 넘어서 물적인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있다"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차원에서 보면 급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면서 "이것이 아니라면 이명박 정부가 통일 대비에 노력했다는 역사적 기록용인 측면도 있다"라고 짚었다.

특히 통일세와 관련 청와대 내부에서 이견이 제기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를 공식 거론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비핵 개방 3000'처럼 정책을 재원과 연결시켜 추진하는 기업가 출신인 MB의 코드에 맞았다는 평도 있다.

정부 당국자들도 현 시점에서 통일세를 제안한 배경에 대해 '대통령의 의지' 외에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인택 장관은 <KBS> '일요진단'에서 '통일세' 제안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께서 오랫동안 통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싶은 생각을 해 오고, 또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철학을 반영한 것"라고 답했다.

이같은 즉흥적인 정책결정 구조 때문에 비판 여론에 대해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도 지난 18일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통일세 제안에 대해 "아닌 밤중에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며, "이 정부의 대북정책 결정구조는 참으로 불가사의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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